'노동조합'에 해당되는 글 2건

  1. 2010.07.02 파업 중 4
  2. 2009.12.04 돼지 공장
얄라리얄라2010. 7. 2. 22:17


 그동안 우리의 파업은 지리멸렬했다. 조합 간부들은 집회장에서 목에 핏대나 세웠지, 파업의 내실을 다질 생각은 안 했다. 파업은 하는둥 마는둥 했다. 그냥 적당한 시늉에 불과했다. 집행부는 언제나 사흘 정도 뒤에 파업을 접을 생각에 급급했다. 조합원들의 적극적인 파업 유지 의견도 묵살한 채 밀실에서의 '비대위'를 열어 파업을 종결했다. 아무것도 얻는 것 없이, 보여주기 위한 형식적인 파업. 그게 내가 이 공장에서 겪은 파업이었다.

 '언론노조'이기를 스스로 포기하고 '공기업노조'가 되어 버린 조합으로부터, '배부른 돼지'가 되어선 안 되겠다고 생각한 사람들이 새노조를 만들었다. 기존 노조는 조합을 분열시킨 행위라며 마뜩찮아 했지만, 그건 '언론노조'이기를 포기한 그들을 대신해 KBS에 '언론노조'를 다시금 일으켜 세우는 일이었다. 

 구 노조가 이미 잘 컨트롤 되어 갖고 놀기 쉬웠던 사장실의 김특보에게 새 노조가 눈엣 가시인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회사는 새 노조와의 교섭에 잘 응하지 않는 방법으로 새 노조를 인정하고 싶지 않아 했다. 새 노조를 인정해야 한다는 법원의 판결에도, 사장실의 김특보는 비열하게도 노조 위원장과 급이 안 맞는 일개 국장을 협상 테이블에 대신 앉히고는 22차례의 교섭 과정을 불성실하게 흘려보냈다. 그리고 교섭은 중앙노동위원회의 조정에도 불구하고 최종 결렬되었다.

 사장실의 김특보는 "사규대로 처리한다"며 으름장을 놓고 있다. 사규는 네 편일지 모르겠으나, 법은 우리 편이다. 법은 우리의 파업에 '합법' 인증을 해 주었다. 대신 우리의 파업 활동을 청원경찰을 동원해 훼방하는 사장실의 김특보 행태야 말로, 법을 따르자면, 명백히 불법이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해 보는 파업다운 파업이다. 그간 대한민국 노동조합들에 들씌워졌던 '불법' 이미지에 조금도 거리낄 일 없는 순도 100%의 '합법 파업'이다. 대의와 명분, 정의와 정당성이 충만한 자랑스러운 파업이다. 그러니 걱정하실 일이 없다. 자랑스럽게, 훌륭히, 잘 싸워서 마침내 이겨 돌아올 일만 남았다.

calvin.

Posted by the12th
떠듦2009. 12. 4. 14:32

 참담했다. '정족수의 과반 이상 찬성'이라는 까다로워진 파업 조건을 탓하기에는 너무나도 참담한 결과였다. 게다가 1000명이 넘는 파업 반대 의견의 존재는, 행여 그것이 '조직적 투표' 행위에 의한 것이라 하더라도 암울하고 치욕스러운 것이었다. 파업 부결 소식에 머리가 진공상태가 되더니, 아무 생각도 할 수가 없고, 그저 가슴 깊은 곳에서 울분만 치솟았다. 소리내 울고 싶었다.

 여러가지 해석이 진행 중이다. '최악의 이병순을 경험한 효과', '수신료 현실화에 대한 기대감', '그를 내몬 뒤 올 더 나쁜 사장 후보자', '강동구 노조가 주도하는 투쟁에 대한 불신'... 어떤 것은 그래도 일견 타당한 듯 보이거나, 그 모든 것이 앞에 내세울만한 변명거리가 될 수 있을지 모른다. 그런 말들로 분노한 시청자들을 달래고, 우리 자신들이 내린 결정에 나름대로 정당성을 부여하며 자기 위안을 할 수 있다고 여길 수도 있겠다.

 그렇지만 사실은 거짓말이다. 잘 봐줘 봐야 비겁한 핑계다. 그게 거짓말이라는 것을 모르지 않을만큼 머리들이 나쁘지도 않고, 정상적 판단을 내리지 못할만큼 시간이 부족하지도 않았다. 파업 투표를 벌였던 그 긴긴 기간동안, 무엇이 자신들과 이 공장이 살 길이라는 고민을 한 게 아니라, 그저 시청자와 자신을 기만하기 위한 핑계거리를 찾고 있었을 뿐이다.
 
 우리는 스스로 돼지이기를 자처한거다. 힘없는 자들을 대신해 권력과 싸우는 언론인이기를 포기하고, 권력을 숭상하고 제 배때기만 부르면 그만인 돼지가 되는 편을 선택한 것이다. 공장 곳곳에 살찐 돼지들의 오물 냄새가 진동을 한다.

calvin. 
Posted by the12t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