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에 해당되는 글 9건

  1. 2009.05.26 우리 대통령 3
  2. 2008.04.12 부동산 불패 4
  3. 2008.01.02 [국제칼럼] 불편한 진실과 노무현 (국제신문 2007.12.28) 2
카툰토피아2009. 5. 26. 22:41
 
 생각 나세요? 2002년은 정말 최고의 한 해였지요. 우리나라가 월드컵 4강에 올랐던 그 해, 영광의 마무리는 노짱의 16대 대통령 당선이었더랬어요. 전 정말 너무나도 좋아서 어쩔 줄을 몰라 했었죠. 그러다가 이 그림을 그렸어요. 제 바로 옆에 노짱이 있었더라면, 전 정말 저렇게라도 무등을 태워드리고 싶었을 거였거든요.

 정말이지 마치 하나의 작은 혁명과도 같은 일이었어요. 위정자들과 거대 언론, 가진 자들의 권모술수가 아니라 선거가 그야말로 국민들의 자유로운 선택에 의해 결정지을 수 있었던, 아마도 최초의 순간이었을 거에요. 

 그 때와 같은 환희를 다시 느껴볼 수 있을까요? 당신이었기에 가능했던 기쁨이었는데, 당신이 없는 자리에서 누구로부터 그런 기쁨을 느껴볼 수 있을까요...?

 있어주어서 기뻤습니다. 제가 살아 숨쉬는 이 시대를 빛내 주셔서, 정말 감사했습니다.

calvin.
Posted by the12th
떠듦2008. 4. 12. 0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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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무현이 "투기세력을 근절"하겠다며 부동산 값을 잡으려 들었을 때, 그가 놓치고 있던 점이 있었다. 대한민국 국민들이 이미 너나 할 것 없이 투기꾼이 되어 있었다는 사실이다. 특히 인구가 밀집된 서울과 수도권에서 집 한 칸 가지고 있는 어지간한 사람들은 "부동산 시장을 안정화 시키겠다"는 노무현 정부의 정책에 반기를 들었다. 그 얘기를 곧 정부가 자기 집값을 떨어뜨려 자신의 가장 큰 재산을 갉아먹으려 들겠다는 것이라고 여겼기 때문이다. 그들의 저항감은 지난 대선에 노무현과 정 반대에 자리한 인물을 다음 대통령에 앉히는 데에서 절정을 이뤘다. 그로써 "세금 폭탄"의 주범, 노무현은 투기 세력이 된 국민들로부터 '심판'을 받고 말았다. 그래서, 투기 세력은 이제 충분히 만족했을까?

 18대 총선이 여당에 과반을 안겨주며 끝났다. 언론들은 "정국 안정을 바란 선택"이니 "절묘한 황금 분할"이니 하는 소리들로 총선에서 나타난 유권자의 뜻을 애써 고매한 것으로 분칠해 분석하느라 분주했다. 역시 꿈보다는 해몽이다. 유권자들은 세밀하게 조직되어 있지 아니 하다. 말을 만들어 냄으로써 먹고 사는 언론으로서야 불가피하게 해대는 분석이었겠지만, 애초부터 '유권자의 뜻' 같은 건 존재하지 않았다.
 
 까놓고 말하자. 이번 총선도 역대 어느 선거와 마찬가지로 지긋지긋한(!) '지역 할거'가 좌우했다. 한나라당은 영남에서, 통합민주당은 호남에서, 자유선진당은 충청에서, 각각 '지역의 맹주'를 자처하며 질 높은 공약이나 별다른 정책적 노력 없이 해당 지역의 지역구를 그야말로 '날로' 먹었다. (태생 자체가 '영남당' 출신인 친박연대 역시, 박근혜의 지지 기반을 플러스 알파로 삼아 영남을 자신들의 지지 기반으로 삼았다) 매번 너무 뻔히 나타난 결과에, 굳이 세금 낭비해 가면서까지 선거 뭐하러 치르나, 싶은 생각마저 들었다. 그냥 영남은 한나라당(과 친박연대)이, 호남은 민주당이, 충청은 선진당이 죄다 해쳐먹으면 될 일인데 말이다.

 뻔하디 뻔한 지역 할거 투표 경향에서 선거의 최종 승부를 가르는 것은 언제나 딱이 어느 지역당의 것이라 할 수 없는 서울과 수도권의 표심이었다. 한 때 한강을 경계로 한 자신의 계급에 따라 당을 선택하고 표를 던졌던 서울과 수도권 유권자였지만, 이번엔 하나같이 일치한 투표 경향을 보여주었다. 그건 부동산이었다.

 원래 부동산 차익으로 재산을 불려온 강남의 졸부들이야 노무현에 대한 불타는 적개심과 '부자를 위한 정당' 한나라당에 대한 동질감으로 일찌감치 일관된 투표 경향을 보여 왔지만, 이번엔 전통적으로 민주당이 강세를 보였던 강북의 유권자들마저 한나라당 후보를 선택했다. 지난 해 말 쯤부터 들썩였던 강북 부동산 시세와 무관하지 않을 터였다. 강남 집값이 주춤한 틈을 타 자신들도 얼마든지 졸부의 반열에 오를 수 있겠다는 '비전'이 보이면서부터 유권자들은 부동산 시장을 잠재워 보겠다는 정치 세력보다 그것을 부추기는 정치 세력에 마음이 쏠리게 된 것이다.
 
 강북의 유권자가 흔들린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새 정부와 한나라당은 요동치는 강북 집값을 방치했다. 아니 오히려 '뉴타운 개발'을 선거 국면에 접목시켰다. 대통령 이명박은 측근을 지원하기 위해 지역 유권자들에게 뉴타운의 비전을 노골적으로 상기시켰다. 지자체장들도 노골적으로 자기 당의 후보들을 위해 부동산 개발론을 퍼뜨렸다. 정몽준은 없는 말까지 만들어 뉴타운 개발을 약속하고 다녔다. 정부는 오늘에서야 뒤늦게 강북 집값을 잡겠다고 팔을 걷어 부쳤다. 총선이 끝났다, 이 말이다.

 하루하루 먹고 살기 걍팍한 서민들이 기댈 곳이란 게 지극히 한정돼 있다는 점을 알고 있다. 기하급수적으로 벌어지고 있는 부유층과의 소득 격차와 삶의 질 차이를 좁힐 수 있는 한 방은 머리를 아무리 굴려보아도 역시 부동산일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부동산으로 한 번만 대박 터지면, 찌질한 팔자 펼 수 있다는 거 아니냐.

 하지만 집이라는 게 집을 두 세 채 가지고 있지 못하는 바에야, 사는 곳을 팔아 다시 살 곳을 마련해야 하는 것인데, 내 집값만 혼자 뛰라는 법은 없는 법이다. 아니, 되려, 부동산 시장이 풀리면 강북 집값이 오르는 폭과 강남 집값이 오르는 폭은 그 규모 자체가 다를 것이다. 더 궁극적으로는 집값이 오르는 일이 생산적인 부의 창출은 아닌 만큼, 집값이라는 것에는 기본적으로 거품이 끼어 있게 마련이고, 결국 언젠가 거품이 걷힐 때엔 우리 경제 전반에 독이 되고 말 일이다. 당장 집값 상승으로 한 몫 잡고 재미를 볼 수 있을지 몰라도, 부동산으로 흥한 경기의 위험성은 고스란히 우리 자신에게 돌아온다는 뜻이다.

 노무현의 부동산 정책은 실패했다. 그는 그들 자신이 부동산 투기 세력인 관료들에게 부동산 시장 안정책을 허술하게 내맡겼다 오히려 투기 세력의 조직적인 역습을 맞아 부동산 시장을 요동치게 만드는 우를 범하고 말았다. 시장의 저항이 거세지자 노무현은 더 강력한 처방을 내놓으려 들었고 결국 집 한 칸 가지고 있는 서민들조차 세금의 굴레에 끼워 넣는 무리수를 두었다. 결과적으로, 집 없는 사람들은 집 없는 사람들대로 내집 마련의 장벽이 더 높아져 노무현을 불신하게 됐고, 집 있는 사람들은 집 있는 사람들대로 세금 부담에 노무현을 증오하게 됐다. 그렇지만 노무현이 설정한 '부동산 시장의 안정화'라는 방향이 잘못된 것은 아니었다. 그건 어떠한 댓가를 치르더라도 언젠가 누군가는 나서서 해결해야 할 과제다. 투기 세력의 범위와 그들의 강력한 저항을 예상하지 못한 것은 착오였음이 분명하지만, 그 '시행착오'를 거쳐 부동산 시장의 안정을 일정한 궤도에 올려놓은 점까지 틀린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투기 세력이 되고자 하는 유권자들은 그것을 모두 부정하고 있다.

 '내 집값'을 올려주길 기대하며 새 여당에 힘을 불어 넣어준 많은 유권자들은 결국 배신당할 것이다. 왜냐하면 그들이 국회에 보낸 그들은 정작 자신들의 집값을 올리는 데 골몰할 것이기 때문이다. 부동산으로 부를 늘리겠다는 생각이 한낱 망상에 지나지 않는다는 점을 깨닫지 못하는 한, 자신의 계급에서 정치적으로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 자각하지 못하는 한, 다음 선거 때에도 그들은 '부자 정당'에 한껏 이용만 당하다 내팽개쳐질 것이다. 위정자들로 하여금 부의 증식에서 뿐 아니라 정치적으로도 '부동산 불패'의 공식이 성립한다는 사실을 일깨워준 채 말이다.

객담
: 꼭히 분석이라고까지 할 수는 없지만, 이번 총선에서 나름의 의미를 찾을 수 없는 것은 아니다. 1. 통합민주당은 어찌 되었든 한나라당의 텃밭에서까지 의석 하나를 보태 '전국 정당'으로 발전할 수 있는 교두보를 확보했다. 그런 노력을 아예 포기한 한나라당보다 진일보한 자세다. 2. 경남 사천의 유권자들은 대부분이 '농민'인 자신들의 계급에 따라 '농민' 대표를 의회에 진출시켰다. 3. 서울 은평의 유권자들은 대통령의 노골적인 뉴타운 떡밥에도 한나라당의 3선 후보를 낙마시켰다. 꼭히 거기에 '대운하 반대'의 의미를 싣지 않았고 나아가 차라리 '친박'의 뜻이 담겼다 하더라도, 그건 의미있는 선택임에 분명하다.

calvin.
Posted by the12th
삽질2008. 1. 2. 1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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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스갯소리로 이명박 당선자 압승의 일등 공신은 노무현 대통령이라고 한다. 사실 대선 결과가 알려지자마자 언론은 노대통령에 대한 '응징'이라는 말을 서슴지 않았다. 이번 대선은 이명박 당선자에 대한 호불호보다 노 대통령에 대한 증오가 선거 결과를 갈랐다는 것이다. 그래서 여권이 BBK 등을 통해 이 후보의 대통령으로서의 자질 공방에 아무리 불을 지펴 보려고 해도 국민들은 끄떡도 안 했다. 노 대통령을 응징할 수만 있다면 막대기를 꽂아 놓아도 뽑을 수 있다는 태도였다.

 사람들이 왜 이토록 노무현을 증오하는가? 상식적으로는 도저히 이해가 안 된다. 그가 박정희나 전두환처럼 쿠데타로 정권을 잡은 것도 아니고, 천문학적인 돈을 해먹은 것도 아니다. 그렇다고 김영삼처럼 나라 살림을 거덜낸 것도 아니다. 대선기간 동안 후보들이 이구동성으로 경제를 살리겠다고 목청을 높였지만 우리 경제가 왕창 죽어버린 것은 아니다. 거시경제의 지표는 좋아졌다.

 양극화와 부동산 실책을 든다.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의 살림살이가 나아지지 않았다는 점에서는 실책이다. 하지만 다른 면에서는 공도 많았다. 정치 사회부문의 권위주의는 사라졌고 지난 5년 동안 국가의 기본과 기업체질을 튼튼히 함으로써 앞으로 나아갈 성장의 잠재력을 많이 축적시켜 놓았다. 과거보다는 대외 신인도가 많이 높아져 수출시장에서도 주식 시장에서도 그 결실이 하나 둘 나타나고 있다. 돈 적게 드는 선거도 이뤘다.

 그러니 단순히 실책만으로 정도를 넘어서는 증오를 설명하기는 무언가 부족하다. 노대통령에 대한 비난 이상의 증오, 살기마저 느껴지는 분노는 그가 우리 역사의 잊고 싶은 그 역린(逆鱗)을 끊임없이 들추면서 우리를 괴롭혀 온 데 기인한다고 생각한다. 노 대통령은 집권 5년 동안 보기 싫은 진실, 이른바 '불편한 진실'을 보도록 끊임없이 들추어 왔다.

 그 문제는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친일 청산의 문제이고, 그것에 기생하고 있는 대한민국 지배계층의 정통성의 문제이고, 그것이 만들어내는 왜곡된 의식의 문제이다. 그것이 실타래처럼 얽혀서 이념 문제가 되고 남북 문제가 되어 우리의 발목을 꼼짝달싹 못하도록 만들어 왔다. 그것은 우리 모두가 쉬쉬하는 침묵의 카르텔이었다.

 노무현 집권으로 그 카르텔에 금이 가면서 목하 대한민국의 지배계층의 기원과 본성이 백일하에 드러나게 되었고 그 과정에 지배계층은 대통령 탄핵이라는 특단의 조치까지 감행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탄핵에서 다시 살아났지만 그때부터 노무현은 고립되었고, 여당조차도 더 이상 아군이 아니었다.

 정동영의 실용주의는 바로 그 이탈의 신호탄이었다. 사실 여당이라 해도 아군인 척은 했지만 아군인 적은 없었다. 그들도 엄연한 지배계층이었고 침묵의 카르텔의 일원이었다. 대선에 패배하고 난 뒤 모두가 노무현 탓이라고 손가락질 하는 태도를 보더라도 알 수 있다. 정·언·관의 융단 폭격 속에 민심의 이반도 함께 일어났다. 왕조 시대라면 이미 탄핵으로 반정(反正)이 완성된 것이다.

 불편한 진실은 지배계층 만의 문제도 아니다. 사실 어느 누구도 우리의 역사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노무현 자신도 마찬가지다. 우리 모두는 역사의 피해자이면서 동시에 가해자이다. 그 어두운 과거, 그 불편한 진실을 가능하면 대면하고 싶지 않다. 그러나 끊임없이 대면시키고 그래서 우리의 심기를 건드려 온 것 그것이 노무현 정부 5년의 일이었다. 그것을 없는 듯이 덮고 그 위에 무엇을 쌓아도 결국 사상누각에 불과하다는 것, 그것이 그의 신념이었는지 모른다. 그러나 한두 번도 아니고 자꾸만 들추어내는 그 불편한 진실은 모두의 울화통을 터지게 했다.

 이명박 정부의 출현은 불편한 진실을 이제 그만 덮자는 선택으로 보인다. 정치 경제 사회에서 실용을 앞세워 민생을 살리겠다는 이명박 당선자의 입장은 "이제 좀 조용히 살고 싶다. 입 좀 다물고 돈만 좀 벌게 해 주라"는 다수의 요구와 잘 부합한다.

 어두운 진실을 밝은 햇빛 속에 드러내었다는 것 그것만으로도 노무현 정부 5년은 충분히 의미가 있다. 지금은 모든 것이 퇴행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단지 순탄한 대한민국호의 순항을 위해 호흡조절을 하고 있을 뿐이다.

 그는 세속적 정치가이면서 성직자나 학자들조차 감히 하지 못한 진실에 대한 열정과 도전으로 "임금님이 발가벗었다"는 것을 우리에게 알려 주었다. 역사는 그를 잊지 않을 것이다.
 
-김미선 수석 논설위원
Posted by the12t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