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성'에 해당되는 글 4건

  1. 2011.04.13 박지성의 완성
  2. 2010.06.22 참패의 원인 4
  3. 2010.03.24 운명의 골 2
환호2011. 4. 13. 14:57


 스카이스포츠의 평점 8점은 꼭 '원샷원킬'의 결승골 때문은 아니다.
 중요한 경기에서 중요한 순간에 중요한 골을 넣은 것은
 분명 칭송받을 일이고 그의 수훈을 도드라지게 하는 일이었지만,
 박지성이 그 경기에서 빛난 것은 그 순간만이 아니었다.

 당초 현지 언론의 예상이었던 나니-발렌시아 조합 대신
 박지성이 나니와 함께 선발 출전을 할 수 있었던 까닭은
 당연히 그의 수비 능력에 있었을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박지성은 측면에서 애슐리콜의 오버래핑을 적절히 차단해 냈고
 중원에서 상대방을 숨막히게 하는 압박으로 첼시의 정상적인 경기운영을 방해했다.
 
 그건 박지성만이 할 수 있는 플레이였다.
 압박과 봉쇄, 그리하여 반격의 출발점.
 1차전에서 완벽히 수행해 퍼거슨 경의 입에서 극찬을 끌어냈던 그 역할을
 2차전에서는 한층 더 완벽하게 해내고 말았다.
 긱스와 나니, 치차리토의 활발한 공격 전개는
 박지성의 제 몫으로부터 가능한 것이었다. 

 그리고 거기서 더 나아가
 공격의 마침표까지 해 냈다.
 "최고"라는 찬사가 모자란 듯 여겨질만큼,
 그는 이제 완성돼 가고 있다. 

calvin.
Posted by the12th
토막2010. 6. 22. 09:49


 경기 전의 이 모습을 주목하라. 국내 언론들은 순진무구하게도 전설적인 마라도나가 박지성을 반갑게 포옹하며 알은 체를 했다며 감격에 겨워 촐싹댔지만, 이 장면은 그런 장면이 아니다.

 경기 시작 직전, 마라도나가 굳이(!) 멀찌감치 떨어져 있는 박지성을 불러 '어루만져 주었다'. 이게 무엇을 뜻하는 거 같은가?
 
 이건 격려나 아는 체 정도의 아름다운 장면이 아니다. 마라도나는 여기서 한국 팀의 에이스에게 교묘하게 저주를 건 것이다. 순진한 박지성은 그런 악의를 눈치까지 못해 당하고 만 거고.  

 잘 알려져 있다시피, 마라도나는 주술적 능력을 신봉하는 자다. 또 스스로 한 종교의 '신'이기도 하다. 게다가 그의 손은 인간의 세계를 뛰어넘는, '신의 손'이지 않은가!
 
 박지성은 마라도나가 상대팀 감독이라는 의심은 하지 않은채, 레전드의 부름을 받고 기뻐서 다가가 인사한 것이겠지만 그 순간 마라도나의 마각은 박지성의 컨디션에 치명적인 손상을 주었다. 이 어루만짐 하나로, 게임은 이미 끝났던 셈이다. ㅡ_ㅡ;;;

calvin.
Posted by the12th
환호2010. 3. 24. 13:50


 그에게는 운명을 바꾸는 골이 몇 차례 있었다.

 그 첫 번째는 (물론) 2002년 포르투갈과의 경기에서 나온 골이었다.
 그저 힘으로 우겨 때려 넣던 이전까지의 대표팀 골과 달리 완벽한 트래핑으로 상대를 꼼짝 못하게 만든 골.
 그 골은 그의 축구 커리어를 유럽으로 확장시키는 교두보였고,
 더불어 한국 대표팀의 운명을 월드컵 16강으로 이끈 결정타였다.

 두 번째는 아직도 온 몸에 전율을 불러일으키는
 2005년 UEFA 챔피언스리그 AC밀란과의 준결승 2차전에서의 선제골.
 질풍같은 쇄도로 카테나치오를 자랑하는 AC밀란의 수비진을 순간적으로 무너뜨리며 만든 그 골은
 그를 최고의 리그, 최고의 팀으로 안내하는 보증수표가 되었다.

 맨체스터유나이티드에 진출한 뒤, 박지성은 여러 골을 만들어냈다.
 첼시의 골문을 열어제친 골도 멋졌고
 뛰어난 드리블 뒤 성공시킨 아스널 전에서의 골도 훌륭했다.
 아니 따지고 보면, 사실 모든 골이 아름다웠다.

 그 중에서도, 이번에 리버풀을 상대로 넣은 골은
 그에겐 또 다른 '운명의 골'이 될 것이다.

 운명의 라이벌 팀을 상대로, 
 팽팽하던 승부를 결정짓는 천금같은 결승골.
 이 골은 맨유에 입단한 이후 끈질기게 따라붙던
 자신의 출신과 능력, 가치에 대한 세간의 낮은 평가를 날려 버리고
 비로소 팀의 간판으로 인정받을 수 있게 하는 골이기 때문이다.

 박지성은 그렇게 스스로의 힘으로 자신의 운명을 개척해 낸다. 
 그는 만인의 귀감이 되기에 충분하다.

calvin.
Posted by the12t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