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여행'에 해당되는 글 14건

  1. 2007.12.15 이것이 영국이다 <17> - hotels 8
  2. 2007.12.15 이것이 영국이다 <16> - Liverpool 2
  3. 2007.12.15 이것이 영국이다 <15> - albert dock 2
발자국2007. 12. 15. 04:13
사용자 삽입 이미지
 맨체스터에서 묵었던 곳은 Days Hotel이라는 곳이다. 한국에서 숙소를 정할 때 최우선 고려 사항은, 싼 숙박비도 숙박비였지만, 찾아가기 쉽도록 기차 역과 최대한 가까운 곳이었다. 그렇지만 맨체스터에 도착하던 날 밤 9시 반이 넘어 이 호텔을 찾아야 했을 때, 난 적잖이 애를 먹어야만 했다. 내 방향감각도 무척 둔했지만, 낯선 도시에서 후미진 골목을 뒤져야 나오는 호텔을 찾아내기란 결코 쉽지 않았던 것이다. 게다가 골목마다 붉은 조명의 술집과 술 취한 사람들은 어찌나 많던지, 나도 모르게 바짝 긴장을 해야 했었다. 설상가상으로 무거운 가방을 짊어진 허리의 통증은 점점 심해져 왔다. 우여곡절 끝에 결국 이 호텔을 찾아냈을 땐 정말이지 호텔 지배인에게 절이라도 하고 싶은 심정이었다. 다음 날 아침, 난 전날 밤 나를 쫄게 만들었던 그 분위기의 원인을 쉽게 눈치챌 수 있었는데, 그것은 그게 금요일 밤이었기 때문이었고, 이 곳이 다름 아닌 대학 캠퍼스였기 때문이었다. 여기는 맨체스터 종합대학의 건물들로 둘러싸인 동네였고, Days Hotel 역시 맨체스터 컨퍼런스 센터의 이름을 갖고 주로 학생과 교직원들이 세미나 등을 할 때 사용하는 숙소였던 셈이다. 숙박비가 비교적 저렴했던 까닭 역시 거기서 찾아낼 수 있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내가 맨체스터에서 이틀 밤을 잤던 428호실. 앞서 설명한대로 학생들과 교직원들을 위해 관리되는 방이어서 그런지 비교적 시설 또한 좋았다. 하릴 없는 밤에는 모처럼 텔레비전도 진득하니 볼 수 있었는데 리버풀로 떠나기 전이었던 토요일 밤에 했던 영화는 공교롭게도 비틀즈가 출연하는 <Help!>였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호텔 내부 풍경. 컴퓨터를 쓸 수 있는 방도 있어서 간단한 이메일 확인과 안부 인사를 전하는 일도 할 수 있었다. 그렇지만 그 정도만 가능했다. 너무 느려 터져서 더 이상 하다간 제 명에 못 살겠다 싶었다. 열쇠 키 사용 방법을 잘 몰라 헤매는 내게 친절하게도 방 까지 찾아와 줘 사용법을 설명해주었던 이 호텔 직원은 뚱뚱한 맨체스터 사람이었는데, 내가 맨체스터유나이티드 경기를 보러 맨체스터를 찾았다 말을 하자 슬쩍 맨체스터유나이티드가 지길 바란다는 염장질을 놓기까지 했다. 맨체스터시티 팬이었던 것이다. 떠나는 날 아침, 그를 보고 득의양양하게 부러 "우리가 이겼다!"고 말을 던지고 빠져나왔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역시 리버풀의 기차 역에서 가장 가깝고 싼 곳으로 골라 잡은 Lord Nelson Hotel. 맨체스터의 Days Hotel과 달리 역 뒷문으로 나오면 바로(!) 보이는 친절한 호텔이었다. 체크인 시간보다 한참 이른 시간에 호텔에 도착했는데, 체크인 해도 되냐 물었더니 방 번호를 한 번 보고는 가능하다고 한다. 불 나면 도저히 살아서 나올 수 없을 것처럼 복잡하게 생겨먹은 복도를 지나 방을 찾아 들어갔다. 영어로 된 그 복잡한 길 설명을 어찌 알아들었는지 내 자신이 기특하게 여겨질 정도였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맨체스터에서 묵었던 호텔보다 싸기도 좀 쌌지만, 시설의 차이가 두드러지게 났다. 텔레비전을 침대 옆에 놓은 센스라니... 게다가 벽에 붙지 않은데다 스프링이 마구 튀는 어정쩡한 침대 역시 가뜩이나 휑한 홀로 여행객의 마음을 더욱 휑하게 만들었다. 이 방의 압권은 '난방'이었는데, 난방기가 한 밤중에 느닷없이 꺼져 새벽 냉기를 온 몸으로 느끼게 해주었던 덕분에 그만 덜컥 영국 여행 기념으로다가 '리버풀 감기'를 얻어 달고 돌아와야 했다. 그 독한 리버풀 감기는 한국에 돌아온 뒤로도 아주 오랫동안 영국 여행을 온 몸으로 추억하게 만들어 주었다.


calvin.
Posted by the12th
발자국2007. 12. 15. 03:37
사용자 삽입 이미지
 앨버트 독을 나와 리버풀을 좀 더 돌아보기로 했다. 남쪽으로 내려가면 유명한 리버풀 대성당을 볼 수 있었지만, 너무 이른 아침 찾아가 문이 꽁꽁 닫혔던 Mathew Street를 다시 돌아보기 위해선 리버풀 대성당을 포기해야 했다. 해서, 가는 길에 그저 이곳 저곳 다른 길에 들어가 보는 것으로 리버풀 '시내 관광'을 대신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리버풀의 미술관은 런던 다음이라고 하는데, 그걸 글쎄 이 때는 몰랐다. 알았으면 미술관에 시간을 할애했을까? 그건 모를 일이다. 일정은 워낙 빠듯했고, 내게 리버풀은 '비틀즈의 고향'이었기 때문이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아침 일찍 나선 리버풀 거리. 지도 한 장 들고 무작정 길을 떠나는 재미가 꽤 쏠쏠하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앨버트 독에 가는 길에 만났던 빅토리아 여왕의 동상. 동상 머리 위에 앉은 것은 익숙히 보아오던 비둘기가 아니라 갈매기(!).

사용자 삽입 이미지
 리버풀의 횡단보도. 모두 이런 것은 아니었지만, 특이하게도 신호등이 바라보는 맞은 편에 있는 게 아니라 옆에 있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이쁘장한 빨간 우체통. 그리운 사람에게 엽서도 한 장 띄우고.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큰 건물들이 일단 먹어주고.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앨버트 독에서 빠져나오던 오후 12시 반 무렵. 분주한 도시에서 발견한 리버풀 시청 청사.
 
사용자 삽입 이미지
 난 이런 골목 골목이 너무 반갑다. 더 싸돌아 다녀보고도 싶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리버풀의 곳곳. 그리고 다시 도시 한 가운데에서 만난 생뚱맞은 놀이 기구. 런던과 맨체스터에는 대관람차가 있더니, 여기엔 아무런 주변 환경에 대한 고려 없이 느닷없이 회전 목마가 있었다. 타는 사람 하나 없이 헛 바퀴 돌고 있었던 것은, 이 놀이기구의 느닷없는 자리 때문이 아니라 순전히 이때가 하필이면 월요일이고 대낮이었기 때문이었을게다. 분명, 그럴게다.
 
calvin.
Posted by the12th
발자국2007. 12. 15. 03:19
사용자 삽입 이미지
 앨버트 독은 항구 도시 리버풀을 보여주는 곳이다. 산업혁명의 숨가쁜 진행을 무역항으로서 지원했고 대영제국의 전진 기지로 기능했으며 초기 미국 이민 역사의 출발지이기도 했다. 물론 찬란했던 과거의 영광은 이제 아스라하다. 영국과 나아가 세계를 들썩이게 했던 항구는 고요했다. 앨버트 독 역시 이제는 과거 영광의 흔적을 남겨놓은 복원지로서의 역할을 할 뿐이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분주한 항구의 대형 창고로서의 기능을 더이상 하지 않는 앨버트 독은, 지금은 관광지로 특화되어 개발되었다. 현대 미술관이 자리를 하고 있고 Merseyside Marine Museum도 있으며, 비틀즈 스토리도 이 곳의 한 자리를 차지한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그 옛날 영광스러운 분위기는 고사하고, 심지어 고즈넉한 분위기마저 느껴졌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비틀즈 스토리 때문에 찾은 앨버트 독이었지만, 그래도 그냥 돌아가긴 섭섭한 노릇. 공짜라 그래서 Merseyside Marine Museum을 들어갔다. 그야말로 화려했던 해양 시대의 흔적들을 남겨놓고 추억하는 곳이었다. 시대를 대표하는 대형 선적들을 설계했던 사람들이며, 2차 대전 당시 적군을 무찔렀던 전함의 위용 등을 기록해 두었다. 그 가운데 눈에 띄었던 것은 노예 전시관이었는데, 바로 이 항구를 통해 아프리카에서 영국에 발을 내딛은 흑인들과 잔혹했던 노예의 역사를 반복하지 말자는 메시지를 담은 공간이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앨버트 독에서 바라본 리버풀 항의 모습. Royal River Building 등 웅장한 위용을 자랑하는 건물들로 첫 눈에 리버풀과 영국의 위압감에 압도되게 만든다. 리버풀 항을 통해 영국에 첫발을 내디딘 아프리카 원주민들은 아마도 저 어마어마한 산업화의 웅장함에 기부터 죽게 되지 않았을까?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앨버트 독과 리버풀 항 옆의 건물들. Royal River Building.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이 곳을 통해 대서양을 건너 마치 쫓기듯 영국을 떠났던 이들이 세운 신세계, 미국이 지금 팍스 아메리카나를 영위하고 있는 것을 생각해 보면, 스산한 앨버트 독의 풍경은 마치 과거 영광의 기억을 먹고 사는 노쇠한 영국의 오늘을 대변하는 것과 같이 느껴졌다. 덩달아 나까지 옷깃을 여며야 했다.

calvin.
Posted by the12t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