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자국2007. 12. 8. 0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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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존 레논, 폴 매카트니, 조지 해리슨, 링고 스타로 이뤄진 the Beatles는 리버풀에서 시작됐다. 링고 스타를 제외한 세 멤버의 고향이 리버풀이었고, 역시 링고스타가 영입돼 들어오기 전 이들이 the Beatles의 이름으로 공연을 시작한 곳도 리버풀이었다. 영국 북서부의 한 항구 도시에서 미약하게 시작한 이 작은 밴드는, 이후 노래 하나로 세대와 국경을 허무는 세계 최고의 밴드이자 전설로 성대히 남게됐다. 리버풀은 그래서 비틀즈를 기억하는 이들에게는 성지와 같은 곳이다. 신화가 어디에서 시작되었는지를 둘러보기 위해서라도 리버풀은 반드시 찾아가 봐야 하는 곳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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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버풀 Lime Street Station에서 나와 처음 본 이 비틀즈의 사진으로 도배가 된 버스의 모습은, 내가 비로소 다름 아닌 '비틀즈의 고향'에 왔음을 실감케 해주기 충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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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버풀에는 비틀즈의 역사가 시작된 흔적들이 여럿 있다. 존 레논과 폴 매카트니가 나왔다는 학교도 물론이고, 존 레논이 어릴 적 살았다는 미미 이모네 집도 그럴테고, 그들 노래의 소재가 되기도 했던 Penny Lane도 성지로서 손색이 없겠지만, 순례해야 할 성지를 딱 한 군데 꼽으라고 한다면, 바로 여기 Mathew Street다. 그들이 비틀즈의 이름으로 공연을 시작했고, 처음으로 유명세를 타게 됐으며, 그 덕에 그들을 지역 밴드에서 전국구 밴드의 스타덤에 올렸던 매니저 존 엡스타인을 처음 만난 곳이 바로 이 '좁은 골목'에 있는 the Cavern Club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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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골목에 들어서자 보이는 반가운 존 레논의 동상. 마치 리버풀에 살던 그 시절 자주 오가던 그 골목에서 누군가를 기다리듯 벽에 기대 서 있는 모습이다. Cavern Club에서 연주를 하며 명멸했던 수많은 밴드와 뮤지션들의 이름들이 새겨져 있는 벽돌로 된 곳은 Cavern Pub. 입구에 Caver Club에 대한 설명을 해 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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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런데 골목 맞은 편에, Cavern Club의 이름을 그대로 가지고 있는 곳이 또 있다. "존에게"라는 제목으로 In My Life 가사를 새겨놓아 향수를 자극하는 쇠판을 품고 말이다. 그럼 여기가 역사적인 현장, Cavern Club이었던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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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실 두 곳 다 '오리지날'은 아니다. 비틀즈를 배출했던 오리지날 Cavern Club은, 사실 비틀즈가 유명해진 이후 문을 닫고 없어져 버렸다. 지금은 그저 당시 리버풀 청년들이 줄지어 입장했던 입구의 자리만 남아 있을 뿐이다. 사진으로 비교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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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러니, 세계 록의 역사를 바꾸었던 기념비적인 현장이 제대로 보존되지 못하고 사라진 셈이었다. 이 어찌 안타까운 일이 아니겠는가? 지금 있는 Cavern Pub과 Cavern Club은 그나마 원래의 Cavern Club을 일부 복원한 형태로 운영 중인 곳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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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athew Street를 벗어나자 보이는 동상과 Eleanor Rigby 현판. 리버풀 곳곳에서 비틀즈의 흔적을 만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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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틀즈를 알려면 이 곳을 가라 했다. Albert Dock에 있는 비틀즈스토리이다. 9.99파운드의 비싼 돈을 내면, 비틀즈의 역사적 물건들로 꾸며놓은 박물관을 둘러볼 수 있다. 각 코너마다 영어로(!) 친절히 설명해주는 헤드셋이 있어 짧은 리스닝 실력으로나마 비틀즈의 역사를 훑는데 도움이 되었다. 촬영이 금지돼 남겨오지 못한 점이 아쉽긴 한데, 사라진 Cavern Club을 그대로 재연해 놓은 공간과 마지막 존 레논의 방이 인상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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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물관 관람을 다 하고 나오면, 비틀즈의 감흥에 젖은 상태에서 '시의적절하게' 마주하게 되는 기념품 상점. 예전에 한참 비틀즈에 빠져 있을 때에는 이 곳에서 비틀즈 피규어를 하나 꼭 사고 싶었었는데, 비싸기도 비싸거니와, 이제는 왠지 죄다 부질없다는 생각이 들어 기념품에 손이 가질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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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틀즈 스토리에서 벗어나 다시 찾은 Mathew Street. 너무 이른 시간이라 아직 열지 않았던 the Beatles Shop이 문을 열어 들어가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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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념품을 파는 상점이지만 여기에도 비틀즈의 흔적이 녹아 있는 물건들이 많아 유료 박물관 못지않은 정취가 흘렀다. 비틀즈 스토리와 달리 사진을 찍을 수 있다는 점도 마음에 들었다. 오랜 기간동안 운영되면서 쌓인 듯 한 비틀즈 관련 기념품들이 많았던 점과 사람들의 다녀간 자취가 느껴져 좋았다. 자칫하면 종일 여기 눌러 앉아 집에 가지 못할지도 모를 일. 엽서와 존 레논의 동그란 안경 이미테이션을 사들고, 서둘러 1960년에서 2007년으로 빠져 나왔다.

calvin.
Posted by the12th
발자국2007. 11. 28. 1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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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에게 영국은, 셰익스피어나 찰스 디킨즈와 같은 대문호의 나라이자, the Beatles나 oasis처럼 브릿팝의 나라이기도 하지만, 또한 축구의 본고장이자 세계 최고의 축구 리그가 펼쳐진 나라이기도 하다. 내 금쪽같은 휴가 기간 여행지로 하필 영국을 선택한 데에는 '축구'가 이유의 50% 쯤은 차지하고 있었다. 특히 프리미어리그 경기를 보기 위해 영국을 찾는다는 건 싱글일 때에나 가능한 프로젝트. 이번이 아니면 평생 불가능할지 모른다는 결연한 마음으로 일을 저지르고 말았던 것이다. 그리고 드디어 '꿈의 구장'을 찾았다. 2006-2007 시즌 EPL 우승에 빛나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홈 구장, 올드 트래포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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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드 트래포드를 찾아가는 방법은 간단하다. 맨체스터 시가지에서 Tram, 즉 전차를 타고 Old Trafford station을 찾아 가면 된다. 올드 트래포드 경기장을 연상시키는 친숙한 빨간 벽돌로 만들어진 올드 트래포드에 당도하면, 친절한 안내 표지판이 길을 일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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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렇지만 굳이 친절한 안내 표지판이 없어도 된다. 전차 안에서부터 빨간색 유니폼 레플리카를 입고 있는 놈들이 즐비하기 때문이다. 이 친구들 뒷꽁무니만 쫓아가면 올드 트래포드가 나오리라는 건 자명한 일. 오후 3시 경기에 관광을 겸해 일찍 서둘러 나왔는데도 빨간색 유니폼은 심심치 않게 눈에 밟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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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걷는 이 길이 올드 트래포드를 향해 가는 길이라는 걸 알려주는 것은 또 있었다. 바로 길 곳곳에 있는 축구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흔적들이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구단을 달러로 사들인 '미국 자본' 글레이저 가문을 거부하는 서포터들의 낙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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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맨체스터유나이티드의 '붉은 악마'가 리버풀의 '불사조'를 작살내는 그림. 두 팀이 전통의 라이벌이라는 점도 선명히 드러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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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맨체스터유나이티드를 빛낸 선수들과 코칭 스태프들의 얼굴이 그려진 상점 간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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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기장이 가까워 오면서 슬슬 응원도구나 짝퉁 기념품을 파는 좌판들도 많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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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둥....! 마침내 드러낸 웅장한 위용을 보라. 세계 최고 수준의 축구 경기장, 올드 트래포드다. 정면엔 60년대 맨체스터유나이티드의 전성기를 이끌었던 맷 버스비 감독의 동상이 자리하고 있다. 그를 이어 두 번째 장기 집권을 하고 있는 퍼거슨 경도 사후에 저렇게 동상으로 남아 이 곳을 지키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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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장 정문을 들어서자 마자 보이는 메가 스토어. 맨체스터유나이티드 공식 기념품 판매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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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각보다 기념품의 종류가 다양하지 않다. 아무래도 주로 잘 팔리는 물건들 위주로 깔아놓은 모양이다. 그러다 보니 유니폼 레플리카 같은 옷가지들이 주류를 이뤘는데, 나이키에서 만든 것들은 솔직히 별로 사고 싶지 않게 생겨 먹었다. 마킹된 유니폼 레플리카 쪽이 가장 붐볐는데, 10번을 꿰찬 루니와 7번의 호나우두 유니폼이 압도적으로 매장의 공간을 채웠다. 그만큼 많이 팔린다는 이야기. 13번 유니폼은, 박지성의 부상으로 인한 결장이 긴 까닭인지, 눈에 보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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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도 보이면 반가운 박지성 기념품. 저 그림은 파격적인 가격으로 세일 중이었는데, 같이 세일되는 그림의 주인공이 이미 팀을 떠난 에인세인 걸로 봐서, 박지성 그림도 어지간히 안 팔리는 모양이었다. 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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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맨체스터유나이티드의 오늘과 과거. 옛 영광의 사진을 보면, 맷 버스비 감독과 조지 베스트, 보비 찰튼 같은 전설적인 얼굴들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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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메가스토어에서 나와 경기장 주변을 배회했다. 여기가 경기장의 구석구석, 속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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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회하다 보니 사람들이 모여있는 곳이 보였다. 직감적으로 뭔가 반가운 일이 있을 것이라는 느낌이 들어 가 보니, 역시나, 선수단 버스의 입장을 기다리는 인파였다. 웬 떡이냐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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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얼마 지나지 않아 버스가 정말 미끄러지듯 경기장으로 도킹했다. 사진기를 꺼내들고 찍어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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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런데, 젠장, 자리를 잘 못 잡았다. 버스 출입문이 벽에 완전히 가려 누가 내리는지 전혀 볼 수가 없는 게 아니냐. 눈으로 보지 못하면 사진으로라도 남겨야 한다. 각을 넓히기 위해 팔을 길게 뻗어 사력을 다해 셔터질을 해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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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렇게해서 건진 유일한 한 컷. 반 데 사르가 막 버스에서 내리고 있다.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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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제 경기장 안으로 들어갈 차례. 예매한 티켓을 수령하기 위해 티켓 사무실 건물을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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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기는 10월 27일 미들스브로 전이다. 82파운드, 우리 돈으로 15만원 좀 넘게 주고 산 이 티켓은, quadrant, 그러니까 코너 쪽 좌석과 Kit Room 이용 서비스와 경기 프로그램이 포함된 가격으로 파는 것이었다. 한국 티켓 대행 사이트에서 20만원에 파는 걸 생각해 보면, 차라리 서비스가 포함된 이 티켓이 낫겠다 싶어 구매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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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티켓 값에 이용권이 포함된 Kit Room은 맥주도 마시고 간단한 음식도 먹을 수 있는 바 같은 곳이었다. 맨체스터유나이티드 구단에서 운영하는 모양이었다. 이용권이 있는 소수의 사람들에게만 개방이 되는 곳으로, 경기 전이나 하프 타임 때 여유있게 맥주를 즐길 수 있는 메리트가 분명 있었다. 허기가 많이 질 때가 아니어서 음식은 관두고, 맥주만 두 파인트 시켜 마셨다. 목이 따갑지 않고 부드럽게 넘어가는 생맥주 맛이 정말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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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t Room에서 본 풍경. 슬슬 안전 요원들도 경기장 안으로 배치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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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경기를 보러 갈 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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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너 쪽이라고 해서 자리가 많이 안 좋을 줄 알았는데, 경기를 보는 데는 별 문제가 없었다. 오히려 맨 앞 줄은 선수들을 가까이 볼 수는 있지만 경기 전반적인 모습을 보기 어렵다 해서 선호되는 자리가 아니라고 한다. 값도 싸고. 코너 쪽 자리도 경기장이 한 눈에 들어와 전술적 움직임을 살피는 데는 썩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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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몸 풀러 나온 선수들. 루니도 보이고 테베즈도 보이고 호나우두도 보이고, 죄다 보인다, 기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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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기 전 관중들이 들어차기 전과 경기 시작할 무렵 관중들이 꽉 찬 모습. 경기장을 찾은 인파는 7만 5천여 명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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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드디어 킥 오프. 서포터들의 응원 소리가 짜릿한 전율과 함께 경기장을 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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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쪽 스탠드의 서포터들 자리. 경기 내내 시종일관 우렁찬 응원 함성과 응원가로 경기장 분위기를 주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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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기 중간에 북쪽 스탠드가 약간 술렁거려 보았더니, 미들스브로 팬 하나가 맨유 서포터들 안에 들어가 알짱댔던 모양이었다. 충돌을 우려한 안전 요원들이 미들스브로 팬을 데리고 자리를 옮기자 맨유 서포터들은 이끌러 나가는 그를 보며 '빠이빠이'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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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 옆 자리에 앉은 맨체스터 놈들. 차림새로 보나, 끊임없이 응원가며 구호를 따라 부르는 것으로 보나, 서포터가 분명한데 왜 북쪽 스탠드에 안 가고 내 옆에 앉았나 모르겠다. 여튼, 이 친구들 덕분에 축구 보는 흥은 한껏 즐겼다. 잘 안 들리는 구호는 뭐라 그러는 거냐고 물어보기도 하고, 골이 터질 때마다는 마치 전쟁 통에 헤어졌다 상봉한 가족마냥 부둥켜 안고 팔짝 팔짝 뛰었다. 내 바로 옆의 뚱뚱한 친구는 내게 말을 많이 붙이기도 했는데, 내가 '길게' 대꾸하지 않아 정상적인 대화로 이어지지 못했다. 미안하다. 짧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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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후반에 나와 10여 분 뛴 동국이도 보이고... 솔직히 팀에 젖어들지 못했더라. 열심히는 뛰는데 동료들과 따로 놀아 안타까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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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기 결과는 다들 알다시피, 4:1 완승. 상대팀의 동점골도 있었고, 우리 팀의 많은 골도 있어 나름대로는 아깝지 않은 경기였다. 이것이 세계 최고 수준의 리그 축구라는 점을 여실히 느낀, 즐겁기도하고 부럽기도 했던 경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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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기 끝나고 나오는 길. 만일의 사태에 대비한 경찰들인데, 말을 타고 있어 더 위압적이고 색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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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주 겪는 일이건만, 뾰족한 수는 없는 모양이다. 그 많은 인파를 실어 나르는데, 전차 역의 안 쓰는 출입구 한 개를 더 열어두는 것 외에는 별다른 대책이 없었다. 늘 겪는 일이라는 듯, 사람들은 그냥 저냥 줄을 서 기다렸고 결국 앞 사람 가고 나면 내게 기회가 오는 게 당연한 법이라, 전차를 기예 타긴 탈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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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각자 집으로 돌아가는 만원 전차. 뒤에서 사람들이 밀고 들어오는 것을, 자기 앞쪽에 아이들이 있다며 필사적으로 버텨내는 아저씨의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축구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마음도 이렇게 따뜻한 법이다. ㅋ

calvin.
 
Posted by the12th
발자국2007. 11. 26. 0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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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런던에서 다른 도시로 이동을 하는 수단은 세 가지이다. 비행기를 타거나, '코치'라고 불리는 고속버스를 타거나, 기차를 타는 것이다. 런던 지하철 편도 한 장이 40파운드인 점에서 미루어 짐작할 수 있듯이, 교통비는 '대중 교통'이라 해서 싸지 않다. 기차든 버스든, 일단 환율 계산을 하면 입이 떡 벌어질 돈을 지불할 생각을 해야 한다고 한다. (그들의 기차는 대처 시절에 이미 민영화 되었음을 상기하라.) 그나마 기차의 경우엔 외국인 관광객을 위한 '패스'가 존재한다. 유럽 전역을 이동할 때 쓸 수 있는 유레일 패스처럼 영국 철도만 이용하고 싶은 사람들은 브릿레일 패스를 사서 쓰면 된다는 얘기다. 브릿레일 패스도 종류가 다양한데, 잉글랜드 지역만 다닐 건지, 스코틀랜드나 웨일즈 지역까지 돌아다닐건지에 따라 구분이 되고, 날짜 기간이나 횟수의 종류도 다양하다. 내 경우엔 어차피 런던-맨체스터와 맨체스터-리버풀, 리버풀-런던의 이동 코스에만 사용하면 될 일. 브릿레일 패스 가운데 잉글랜드 플렉시패스 4회권을 사는 게 가장 적합하다. 184유로, 그러니까 우리 돈으로 25만원가량을 내면 일단 기차삯은 해결이 되는 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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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음 날 축구 경기를 보기 위해 아침부터 움직이자면 하루 전에 맨체스터에 당도하는 게 낫다. 저녁 6시 35분에 런던을 출발해 맨체스터에 도착하는 열차를 타기 위해 런던 Euston Station으로 향했다. 고이 아껴두었던 브릿레일 패스를 개시하고, 플랫폼으로 뛰어 내려갔다. 우리로 치면 KTX처럼 생긴 Virginia Train 편이다.
 
 브릿레일 패스는 '좌석'이 따로 없다는 점에 유의할 것. 기차 이용하는 사람 많지 않다더니 금요일 밤인 관계로, 객차 안 인간들이 '으악' 소리날 만큼 가득이다. 하루종일 가방 짊어지고 걸어다닌 탓에 허리가 끊어질듯 아파 왔다. 두 시간 넘게 서 있을 생각하면 머리가 다 아득해져 오지만, 이거 뭐, 처음 타보는 열차에 짐까지 커서 어찌할 도리가 없었다. 등줄기에 식은 땀마저 흘러 내리려는 찰나, 열차 출발 얼마 지나지 않아 승무원들이 입석 승객들에게 어느 열차칸으로 가면 자리가 많이 남아 있다고 일러준다. 천만 다행으로, 널찍 널찍 편한 자리에 앉아 갈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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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중에 돌아오는 열차에서 확인한 거지만, 객차에 들어오면 등받이에 저렇게 딱지가 꽂혀 있는 자리들이 있다. 좌석이 예약되었다는 것을 알려주는 표시다. 그 말인즉슨, 저 딱지가 없는 자리는 좌석 예약이 안 된 자리이니 입석 표를 끊은 사람이 앉을 수 있다는 말이다. 먼저 맡는 사람이 임자다. 이런 거 알아야 고생을 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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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밤 9시가 다 되어 도착한 Manchester Piccadilly Sta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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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oasis의 고향 맨체스터에서 만난 oasis. oasis의 새 DVD 발매 4일 전을 알리는 광고판이었다. 이미 나온줄 알고 런던에서 그렇게 찾아 헤매도 없더니, 아직 나온 게 아니었다. 맨체스터라서 특별히 이 광고가 붙어 있는 건 아니었겠지만, 맨체스터에서 oasis의 흔적을 만나니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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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iccadilly Station은 맨체스터의 관문 노릇을 하는 역이다. 하지만 이 역은 Virginia Train같은 비교적 큰 열차들이 드나드는 곳이고, 리버풀 같이 짧은 거리를 갈 때 타는 간선 열차는 다른 곳에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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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anchester Victoria Station이다. Piccadilly Station보다 오래된 곳으로, 우리나라의 옛 무궁화호 같은 열차들이 서는 곳이었다. 말하자면, Piccadilly Station이 신역사라면, Victoria Station은 구역사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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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맨체스터 도착 이틀 뒤 리버풀을 가기 위해 탔던 Northern Rail. 잉글랜드 북부 지역을 오가는 열차다. 리버풀까지는 1시간 반 정도 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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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딱 보기에도 앞서 탔던 Virginia Train하고 차이 난다. 좌석 번호도 따로 없고, 그냥 막 타는 지방 열차 모양이다. 정겹게도, 냄새까지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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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차장이 티켓 확인을 하면서 미리 끊어오지 않은 사람들에게는 현장에서 직접 돈 받고 티켓을 발권해 주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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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anchester to Liverpool... 맨체스터의 여운을 남기기 위해 내내 oasis의 노래를 들으며 이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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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버풀의 관문인 Liverpool Lime Street Station. Piccadilly Station과 비슷한 규모의 역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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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버풀에서의 일정을 소화하고 다시 런던으로 가는 열차를 타기 위해 늘어선 줄. 대도시를 향할 때는 역시나 Virginia Train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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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맨체스터 갈 때의 시행착오를 바탕으로 일찌감치 열차에 들어가 좌석 예약 딱지가 없는 자리를 냉큼 골라 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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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iverpool to London... 이번에 귓 속을 메운 BGM은 the Beatles의 선율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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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시 도착한 런던. 여행 막바지 즈음이었다.

calvin.
Posted by the12t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