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에 해당되는 글 26건

  1. 2011.04.13 The Kops의 저주
  2. 2011.04.13 박지성의 완성
  3. 2010.06.28 오심을 심판하라 4
얼굴2011. 4. 13. 15:39


 마이클 오언도 그랬다.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할 수 있는 팀에서 뛰고 싶다"며 2004년 돌연 리버풀을 떠나 레알마드리드로 둥지를 옮겼다. 리그 우승권에서조차 계속 멀어지는 리버풀은 UEFA 챔피언스리그를 제패할 수 없는 팀이라고 비난한 것이나 다를 바 없는 소리였다. 하지만 오언은 끝내 '빅 이어'를 들지 못했다. 도리어 그가 떠난 이듬해, 오언이 버린 팀 리버풀이 UCL 역사상 가장 짜릿한 결승전을 펼치며 누구 보란듯이(!)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오언의 불운은 거기에서 머물지 않았다. 스타들이 즐비했던 레알 마드리드에서 벤치워머 신세로 전락했고, 결국 프리미어리그로 유턴했지만 부상과 소속팀의 부진으로 잊혀진 존재가 되었다. 절치부심해 자신이 버린 리버풀의 전통 라이벌 맨체스터유나이티드로 자리를 옮겼지만, 여전히 팀의 전력 외 선수이다. 한 때 전 세계를 깜짝 놀라게 했던 '원더보이'는 그만 그저 그런 평범한 선수로 늙어버렸다.  

 '엘 니뇨'로 불리며 아마도 리버풀 팬들에게 오언 이후 가장 사랑스러운 선수로 여겨졌을 페르난도 토레스가 팀을 저버리는 과정도 다르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더 나빴다. 시즌 종료 뒤 다른 리그로 옮긴 오언과 달리, 팀이 어려움에 처한 시즌 중에 같은 리그의 라이벌 구도를 형성하고 있는 상위 팀 첼시로 옮겼기 때문이다.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에서부터 곧잘 리버풀에 대한 애정을 드러내곤 했던 토레스는 심지어 첼시로 옮기면서 "드디어 강팀에 왔다"고 말해 리버풀 팬들에게 배신감을 넘어 분노를 자아내게 했다. 

 토레스는 선배 '소년'이었던 오언의 뒤를 잇기라도 할 작정인지, 향후 행보가 어둡기만 하다. 의리 있는 훈남 이미지는 이적과 그 과정의 각종 말실수로 곤두박질쳐 버렸다. 첼시 이적 후 693분동안 골을 넣지 못하는 부진한 경기력은 실력 있는 골잡이라는 명성을 깎아먹고 있다. 부진한 경기력에 따른 초조함 때문이었겠지만, 맨체스터유나이티드와의 UCL 8강 1차전에서 잇따라 보인 볼썽 사나운 시뮬레이션 액션은 매너좋은 선수라는 평판마저도 등돌리게 했다. 한 마디로 그는 첼시로 이적한 뒤 끝 없이 추락하고 있다.  

 반면 그의 이적으로 충격받고 상처입은 리버풀과 The Kops는 루이스 수아레즈와 앤디 캐롤의 활약 덕분에 서서히 안정을 되찾아가고 있다. 물리적으로 이번 시즌에서 빅4의 위상을 되찾기 힘들다 하더라도 팀이 재정비돼 다음 시즌에 부활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를 품기에는 충분한 상황이다.

 전통은 돈 같은 걸로 쉽게 만들어지는 게 아니다. 토레스는 그 부분을 너무 쉽게 간과했다. 그리고 오랜 세월 단단한 전통 위에 세워진 팬심 역시 무시할 게 못 된다. 그게 세계에서 가장 극성스러운 것으로 유명한 Th Kops라면 더더욱 그러하다. 아무래도 오언에 이어 또다른 '소년'이 The Kops의 저주에 빠져 버리고 만 것 같다.

calvin.
Posted by the12th
환호2011. 4. 13. 14:57


 스카이스포츠의 평점 8점은 꼭 '원샷원킬'의 결승골 때문은 아니다.
 중요한 경기에서 중요한 순간에 중요한 골을 넣은 것은
 분명 칭송받을 일이고 그의 수훈을 도드라지게 하는 일이었지만,
 박지성이 그 경기에서 빛난 것은 그 순간만이 아니었다.

 당초 현지 언론의 예상이었던 나니-발렌시아 조합 대신
 박지성이 나니와 함께 선발 출전을 할 수 있었던 까닭은
 당연히 그의 수비 능력에 있었을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박지성은 측면에서 애슐리콜의 오버래핑을 적절히 차단해 냈고
 중원에서 상대방을 숨막히게 하는 압박으로 첼시의 정상적인 경기운영을 방해했다.
 
 그건 박지성만이 할 수 있는 플레이였다.
 압박과 봉쇄, 그리하여 반격의 출발점.
 1차전에서 완벽히 수행해 퍼거슨 경의 입에서 극찬을 끌어냈던 그 역할을
 2차전에서는 한층 더 완벽하게 해내고 말았다.
 긱스와 나니, 치차리토의 활발한 공격 전개는
 박지성의 제 몫으로부터 가능한 것이었다. 

 그리고 거기서 더 나아가
 공격의 마침표까지 해 냈다.
 "최고"라는 찬사가 모자란 듯 여겨질만큼,
 그는 이제 완성돼 가고 있다. 

calvin.
Posted by the12th
떠듦2010. 6. 28. 11:03

 "오심도 경기의 일부"라는 말은 이제 더이상 쿨한 말이 아니다. 심판들의 잘못된 판단은 선수들이 흘려온 땀방울을 배반하는 행위이고, 순수하고 열정적인 퍼포먼스에 오점을 남기는 행위이다. 그것은 또한 축구에 열광하는 팬들에게 '완벽한 경기'를 볼 권리를 박탈하는 범죄적 행위다. 

 오심을 경기의 일부로 봐야 했던 시절이 분명 있긴 있었다. 테크놀로지가 발달하기 이전, 그러니까 경기장 내에서 가장 가까이 볼 수 있는 단 한사람의 눈만이 가장 높은 정확도를 자랑하던 시절이었다. 그런 시절엔 그야말로 어쩔 수 없이 "오심도 경기의 일부"가 될 수 있었다. 하지만 이제 시절이 바뀌었다. 심판의 눈 못지 않게, 아니 오히려 심판의 눈보다도 더 치밀하고 정확한 고성능 카메라가 경기장 구석구석에 수십대나 포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확도 떨어지는 심판의 눈에만 모든 상황을 내맡기는 것은 시대에 뒤떨어진 일이다.

 경기장의 모든 곳을 사각 없이 관찰하는 카메라는 심판의 오판을 보완해 줄 수 있다. 비디오판독이 시간을 지체시키는 것도 아니다. 경기장의 심판진은 역시나 테크놀로지의 발달 덕분에 무선 리시버를 착용하고 있다. 실시간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하다. 경기장 바깥의 비디오판독관이 심판이 보지 못하는 상황을 리시버를 통해 그때그때 알려주면 될 일이다. 그것은 경기의 원활한 진행에 도움을 주면 줬지 방해가 되지 않는다.

 비디오 판독이 심판의 권위를 떨어뜨린다는 지적은 잘못된 것이다. 도리어 남발되는 오심이 심판의 권위를 더 떨어뜨린다. 이제는 일반 관중이 텔레비전을 통해 경기장 내 상황을 심판보다 더 정확히 보는 시대다. 그런 와중에 심판이 눈먼 장님과 같은 머저리 판정을 내린다면, 그 권위는 훼손을 피할 수 없다. 심판이 테크놀로지의 보조를 받아 정확한 판정을 내릴 때, 오히려 필드의 심판관으로서 권위를 세울 수 있을 것이다.

 테크놀로지의 개입이 '인간적인 축구'를 방해한다고 하지 마시라. 오히려 정확도가 떨어지는 경기 운영이, 선수들의 정말로 '인간적인' 꾸준한 노력과 고된 훈련의 결실들을 쉽게 갉아먹고 있다.

 FIFA는 과거 심심치 않게 일어났던 악의적이고도 고의적인 오심을 막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다. 이제는 고의적이지 않은 실수들도 방지해야 할 때이다. 그것이 바로 FIFA가 말하는 페어플레이 정신에 입각한 움직임이며, 전세계 축구 애호가들에게 온전히 아름다운 축구를 즐길 수 있게 하는 길이다. 4년동안 기울여온 선수들의 노력을 배반하지 않는 '월드컵의 가치'를 살리는 방법이다. 또한 말 그대로 뿌린대로 거두는 '스포츠 정신'을 있는 그대로 드높이는 길이다.

calvin.
Posted by the12t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