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에 해당되는 글 26건

  1. 2010.06.11 천기누설 6
  2. 2010.04.07 화풀이 2
  3. 2010.03.24 운명의 골 2
토막2010. 6. 11. 15:27

 월드컵이 시작된다. 언론과 전문가 그리고 일반 축구팬들까지 각종 예측을 내놓기 바쁘다. 자체적으로 '스포츠토토'를 즐기기까지 한다. 사실 축구의 황제씩이나 되는 펠레도 매번 입으로 삽질을 하면서 조롱의 대상이 될 정도로, 월드컵 결과란 뚜껑이 열리기까지는 누구도 알 수 없는 게 사실이다. 그런데도 사람들이 경쟁적으로 결과를 예단하려 드는 것은, 순전히 '재미' 때문이다. 미루어 짐작하며 보는 게 그냥 보는 것보다 재밌거덩. 그래서 나도 뛰어 들어 본다. 개막일 전까지 뭔가 꿈자리에서나마 축구신의 계시를 받아보길 기대해 보았으나, 그런건 개뿔 없고, 아무 근거 없이 일말의 신빙성 없이 내 멋대로 예언을 해보려고 한다. 그러니 이건 순전히 '맞거나 말거나' 예언이다. 뚜껑 열린 뒤 얼마나 맞았는지 '채점'해 보는 것도 재밌는 일일 터이다. 월드컵은 이렇게 축구 이외의 재미를 마구마구 파생시키는, 축제다.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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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신들의 나라는 스스로 높은 신전을 세웠다. 촘촘한 도리아 양식의 기둥들은 쉬이 들어갈 틈을 주지 않을 것이다. 기둥은 높고 촘촘하나 너무 오래된 것이 문제다. 내재돼 있던 균열은 지속적인 외부의 공격에 점점 커질 것이다. 번쩍하고 왼쪽 기둥을 공격해들어오는 푸른색 벼락에 신전은 속절없이 허물어지고 말 것이다. 신전의 무너지는 잔해만이 상대에 치명적인 상처를 남길 것이다. 벼락은 하늘로 돌아가지 못한다. 그러나, 붕괴된 신전 역시 다시 세워지지 못할 것이다.

2. 대지는 태양이 힘을 내는 6월이 되면 더 뜨거워진다. 그렇지만 6월의 태양은 5월만큼 강하지 못할 것이다. 더위에 약한 호랑이는 뜨거운 열기에 유난히 약한 모습을 보인다. 호랑이는 맥을 추지 못하나, 더위에 강한 사자만큼은 자던 잠을 깨고 포효할 것이다.

3. 독수리는 두 날개에 치명적인 부상을 입고 호랑이 앞에 나타날 것이다. 날아 오르지 못하는 날개는 퍼덕이는 것만으로 위협이 될 수 없다. 다리로만 움직이는 독수리는 빠르지도 못하다. 느리게 움직이다 끝내 호랑이에 목덜미를 물릴 것이다. 독수리는 그것으로 생명을 다할 것이다.

4. 호랑이는 맹수의 왕 위엄을 되찾는다. 이어 파란색 닭을 몰아세우지만 뜻처럼 되지 않는다. 호랑이는 스스로 제풀에 지쳐 쓰러지고 닭은 쉽게 호랑이의 심장을 차지할 것이다.

5. 극동아시아의 적토마는 단번에 천리를 달리는 힘을 지녔다. 달릴 때의 용맹함은 어떤 장애를 만나서도 쉬이 꺾이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적토마의 한계는 천리까지다. 그 이상을 가기엔 힘이 부친다. 오랜 숙원이었던 복수의 기회가 잠시 찾아 오기도 하지만 유지하지 못한다. 

6. 7월은 새 왕의 즉위식이 열릴 것이다. 새 왕은 자신의 지역을 제패해 새 영주가 된 뒤 차곡차곡 실력을 쌓아 마침내 왕의 자리에 오를 것이다. 그동안 무관의 제왕에 머물렀지만 마침내 왕좌를 차지할 것이다. 그의 즉위식에 누구도 이의를 제기하지 못할 것이다. 과정에서는 이변이 있을 수 있지만, 이변이 결과까지 지배하지는 못할 것이다.

calvin. 
Posted by the12th
환호2010. 4. 7. 17:55

 올 시즌 FC서울의 상암 개막전이었던 전북전은 어찌나 화딱지가 나던지.
 지난 시즌 막바지에 1위를 빼앗긴 것을 되갚아 줘도 모자랄 판에,
 '티아라의 저주'에 어이없고, 정조국의 결정적 미스에 안타깝고, 
 결국엔 심우연의 '유다 신드롬' 한 방에 망연자실하고 말았다.
 모처럼 반려자 이끌고 상암 찾았는데, 된장, 기분만 버리고 말았더랬다.

 올 시즌도 이렇게 변죽만 울리고 말려나, 했는데 포항을 이겼단다.
 그리고 그 다음 경기는, 수원과의 일전이다.

 가능하다면, 상암에서 열리는 수원전은 가급적 '직관'을 놓치고 싶지 않은 경기다.
 K리그에서 보기 드물만큼 치열한 더비 매치인데다, 수원의 모기업은 경멸해 마지 않는 '돈삼성'.
 반드시 이겨야 할 상대인 까닭이다.
 최근 수원전을 직접 보는 동안 내리 두 경기나 졌더래서 정신적 충격이 이를데 없었기도 했지만,
 박주영이 헤트트릭을 몰아치며 그야말로 대승했던 2006년 컵대회의 기억은 아직도 짜릿하다.
 그게 라이벌전의 묘미다.

 하지만, 결국 직접 보진 못했다.
 아무리 축구가 좋고 더비전이 중요하기로서니, 아버지 생신만 해서는 아니 되니깐. ㅡ.ㅡ;

 뒤늦게 접한 경기 결과는 의외의 3:1 대승.
 어인일인고 했더니, 이운재의 삽질이 가관이었더라. 그러게, 살 좀 빼라니깐.
 마치 동아시아 대회에서 중국한테 뺨 맞고 일본한테 화풀이 한 것과 같은 효과인데,
 중국한테 진 게 하나도 기억나지 않았던 것처럼,
 역시 전북에게 진 게 하나도 기억나지 않을만큼 기분 좋은 승리였다.

 라이벌전의 승리는 언제나 즐겁다. 야르~

(그런데, 솔까말, 저 사진에서의 정조국은 '쥐'를 연상케 한다. 아놔, 자랑스러운 우리 선수인데... 어떡하냐... ㅋ)

calvin.
Posted by the12th
환호2010. 3. 24. 13:50


 그에게는 운명을 바꾸는 골이 몇 차례 있었다.

 그 첫 번째는 (물론) 2002년 포르투갈과의 경기에서 나온 골이었다.
 그저 힘으로 우겨 때려 넣던 이전까지의 대표팀 골과 달리 완벽한 트래핑으로 상대를 꼼짝 못하게 만든 골.
 그 골은 그의 축구 커리어를 유럽으로 확장시키는 교두보였고,
 더불어 한국 대표팀의 운명을 월드컵 16강으로 이끈 결정타였다.

 두 번째는 아직도 온 몸에 전율을 불러일으키는
 2005년 UEFA 챔피언스리그 AC밀란과의 준결승 2차전에서의 선제골.
 질풍같은 쇄도로 카테나치오를 자랑하는 AC밀란의 수비진을 순간적으로 무너뜨리며 만든 그 골은
 그를 최고의 리그, 최고의 팀으로 안내하는 보증수표가 되었다.

 맨체스터유나이티드에 진출한 뒤, 박지성은 여러 골을 만들어냈다.
 첼시의 골문을 열어제친 골도 멋졌고
 뛰어난 드리블 뒤 성공시킨 아스널 전에서의 골도 훌륭했다.
 아니 따지고 보면, 사실 모든 골이 아름다웠다.

 그 중에서도, 이번에 리버풀을 상대로 넣은 골은
 그에겐 또 다른 '운명의 골'이 될 것이다.

 운명의 라이벌 팀을 상대로, 
 팽팽하던 승부를 결정짓는 천금같은 결승골.
 이 골은 맨유에 입단한 이후 끈질기게 따라붙던
 자신의 출신과 능력, 가치에 대한 세간의 낮은 평가를 날려 버리고
 비로소 팀의 간판으로 인정받을 수 있게 하는 골이기 때문이다.

 박지성은 그렇게 스스로의 힘으로 자신의 운명을 개척해 낸다. 
 그는 만인의 귀감이 되기에 충분하다.

calvin.
Posted by the12t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