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원더>를 봤다.
- <신과 함께>를 보고 나니 누가 그 영화보다 <코코>가 낫다고 그래서 <코코>를 봤는데, 이번엔 또 누가 <코코>보다 <원더>가 낫다고 하길래 이 영화를 골랐다. 상영관이 많지 않더라. 줄리아로버츠와 오웬웰스가 나오는데, 예술영화전용관에 걸려 있었다.
- <코코>에 비교우위로 평했던 글에선 이 영화를 같은 가족영화로 놓고 평을 했는데, 사실 <코코>는 주제 자체가 ‘가족주의’ 그 자체였던 반면 <원더>는 사실 그보다는 ‘성장영화’에 가까웠다. 아이들은 아이들대로 부모는 부모대로 각자 일정한 어려움을 겪고 그걸 극복하는 과정에서 조금씩 성숙해지고 자라나는 이야기.
- 물리쳐야 할 절대 악이 있는 <코코>와 같은 시원함을 느끼기는 어렵다.이 영화에선 악인이라고 할만한 캐릭터가 거의 없다. 주로 아이들이 나오는데 누구 하나 단정적으로 나쁘다고 할만한 등장인물이 없다. 실은 다들 나름의 사정과 실수가 있었을 뿐이다. 영화는 그걸 또 친절히 다 설명해준다.(잘 알지도 못하면서!) 그럼으로써 마음을 따뜻하게 만든다. 딱 하나 끝내 찌푸려진 눈쌀을 풀지 못하게 하는 캐릭터들이 있는데, 그조차 나쁘다기 보다는 미성숙하다는 면에서 측은해 보이는 자들이다.
- 시나리오의 완성도가 높다. 지루하거나 식상할 수도 있는 이야기를 적절한 긴장감으로 끌고 가는 내러티브의 힘도 그랬지만, 이야기의 중간 중간 은유와 복선으로 장면과 대사의 의미를 풍성하게 해준다. 영화가 끝날 무렵 그것들을 좀 더 곱씹어 보고 싶어졌는데, 영화를 한 번 더 보든가 원작 소설을 읽어봐야겠다.
- 어기의 수업시간에 나오는 격언들이 특히 그러하다. 영화 마지막을 장식하고 이 영화의 주제이기도 할 “힘겨운 싸움을 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친절하라”는 말도 울림이 컸지만, 난 왠지 가장 처음 나왔던 격언이 계속 마음 속에 맴돌았다.
“옳음과 친절함 중 하나를 선택할 땐, 친절함을 선택하라”
이 격언이 가리키는 곳은, 새로운 저널리즘을 세울 때 우리가 바라봐야 할 방향이라는 생각도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