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비실이' 배삼룡의 코미디를 제대로 본 적이 없다. 아마 봤더라도 전성기가 다 지난 원로 코메디언의 추억의 연기를 스쳐지나듯 본 정도였을 것이다. 그리고 그의 코미디는 내게 인상적이지 않았다. 그럼에도 배삼룡의 이름은 어렸을 때부터 익숙해 있었다. 어머니가 그의 코미디를 너무나도 좋아하셨기 때문이었다.
들리는 바에 의하면, 어머니는 갓 시집오셨던 새색시 시절에, 텔레비전 코미디 프로그램을 볼 때면 정확히 배삼룡이 나오는 순간부터 웃기 시작해 그가 퇴장하고 난 뒤에야 웃음을 멈출 수 있으셨다 한다. 아무 것도 하지 않아도 그의 존재만으로 어머니는 방안을 데굴데굴 굴러가며 웃었고, 더러는 웃다 숨이 넘어갈 고비도 몇 차례 넘겼다고 한다.
배삼룡 이후에 그에 근접한 웃음을 어머니에게 줬던 건 '맹구' 이창훈 정도였다. 그러나 이창훈 역시 파괴력은 배삼룡에 미치지 못했다. 그러니까 어머니의 웃음 코드는 전형적인 슬랩스틱 코미디에 닿아 있었던 셈인데, 슬랩스틱 코미디의 퇴조 경향과 함께 어머니 역시 그만큼 크게 웃을 기회를 잃어버리셨다.
내가 배삼룡을 대 코미디언으로 각별히 추모하게 되는 건, 내 어머니의 웃음과 즐거움에 그가 남긴 큰 기여도 때문이다. 점점 웃을 일을 잃어가시는 내 어머니를 생각하니, 브라운관 밖에서나마 그의 존재가 사그라졌다는 사실이 더없이 안타깝다.
어머니를 포함해 수많은 사람들에게 웃음과 즐거움을 줬던만큼, 저 세상에서의 그의 자리도 클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고인의 명복을 빈다.
calv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