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 히딩크를 물색할 때부터도 난 귀네슈 옹립론자였다.
이유는 간단했다.
1. 그는 유럽의 변방 터키를 월드컵 3위로 올린 감독이다.
2. 그는 그다지 화려하지 않은 선수들을 데리고 전술적 조합과 조직력으로 강팀으로 만든다.
3. 그는 외국인이지만 한국 축구에 강한 애정을 품고 있다.
그 스스로도 히딩크 후임자로 스스로를 강력히 추천하며
한국 대표팀 감독에 열의를 드러냈지만,
애초에 학연으로 똘똘 뭉쳐 '간판'에 연연해 했던 축구 협회는
이 변방에 있는 보석같은 명장에 대해 콧방귀도 뀌지 않았다.
"영어가 되지 않는다"는 말도 안 되는 이유로 외면당하자
길을 달리 하기로 작심한 것일까?
월드컵 3위의 지도력을 갖춘 감독이
유럽에서 뿐 아니라 세계에서도 변방 리그인 K-리그에 감독으로 부임한 것을
난 한국 대표팀 감독직을 향한 포석으로 보았다.
전문가들은 시즌이 시작되기 전 당초
FC 서울을 4-5위권 팀으로 분류했지만,
그건 단순 스쿼드만 두고 봤을 때의 얘기다.
그들은 감독의 전술적 역량을 간과했다.
같은 선수들을 데리고 지난 해와 전혀 다른 팀을 만들어 놓은 그는,
차기 대표팀 감독의 가장 유력한 후보다.
<슬램덩크> 1권부터 31권에까지 빠짐없이 등장하긴 하지만, 이야기 전개에 아무런 영향을 주지 못하는 캐릭터가 있다. 김대남과 노구식이다. 이름도 생소하다. 다른 캐릭터들에게조차 별로 불리워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이 두 명은 이른바 '백호군단'의 일원으로, 만화에서는 그저 백호를 골려 먹거나 쪼그만 택트에 엉겨 붙어 타 있거나 혹은 백호의 경기를 관전하는 모양새로 등장할 뿐이다. 리더 격인 양호열과 독특한 외모로 어필하는 이용팔에 이어 그저 '기타 등등'으로 분류되고 있기 때문에 김대남과 노구식에겐 존재감이 없다. 이들이 만화 전권을 통해 가장 나름의 존재감을 드러낸 때는 정대만 패가 농구부에서 행패를 부릴 때 그들에 맞서 싸웠을 때가 사실상 유일하다.
주변부에 남겨져 있기로는 이달재나 신호일 같은 북산의 후보선수들도 마찬가지이긴 하지만, 그들은 그래도 '농구 만화'인 이 만화에서 농구팀 소속원으로 어찌됐든 (벤치에라도) 있어줘야 하는 존재들이었다.
아예 엑스트라에 불과할 정도의 캐릭터라면 또 말을 않는다. 김대남과 노구식은 주요 컷에서 꼬박꼬박 얼굴은 내밀기 때문에 낯은 몹시 익지만 이 만화에서 구체적으로 왜 필요한 녀석들인지 알 수 없다. 주요 캐릭터임에 분명한데도 뭔가 하는 게 없다. 그들은 꼭 그들이 아니어도 될만큼 만화에서 별다른 역할을 하지 못한다. 한마디로 이들은 있으나 마나 하다.
하도 자주 펼쳐봐서 이제 웬만한 스토리와 그림정도는 죄다 꿰게 됐기 때문일까? 다시 본 <슬램덩크>에서는 유난스레 노구식과 김대남의 얼굴을 자세히 들여다 보게 된다. 이 녀석들이 이런 표정을 하고 있었구나, 은근히 잘 생긴 얼굴이었네, 알맹이 있는 대사도 종종 하는군, 뭐 이런 생각까지 새삼 하면서.
어쩌면 그들이 내 처지와 비슷하다고 여기는 탓인지도 모르겠다.
calv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