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에 해당되는 글 29건

  1. 2010.01.09 기협만평_091221
  2. 2010.01.05 "해직자의 겨울" 2
  3. 2009.12.04 돼지 공장
카툰토피아2010. 1. 9. 02:21

 다시 시사만화를 그리게 될 줄이야...

 기자협회보에서 만평을 그려보겠냐는 제안이 들어왔다.
 무엇으로라도 기협회보에, 또는 싸우는 마당에 '기여'를 하고 싶었으니 저어할 이유가 없다.
 논리정연한 '말'이 먹히지 않는 시절에는 풍자와 해학이 오히려 필요한 법...
 그렇지 않아도 나 역시 요즘의 답답함을 그림으로 풀어내 보고 싶던 차였다.
 문제는 맘 먹은대로 돌아가지 않는 손 모가지.
 한참을 그렸다 지웠다를 반복하던 끝에 의도를 '간소화해' 그린 그림.
 그리다 보면 나아지겠거니, 할 뿐이다.

 기협회보 송년호에 맞춰진 이 만화의 창 끝은
 KBS의 '구주'가 아닌 '주구'로 들어온 김 특보와 그의 졸개들을 향했다.

calvin.
Posted by the12th
카툰토피아2010. 1. 5. 22:46


 김현석 선배는 내가 미디어포커스에 있을 때
 그 프로그램의 앵커이자, 기자협회장이었다.
 
 MB가 권좌에 오르고
 공영방송 사장을 끌어내리려는 움직임을 본격화했을 때
 그는 앵커직을 내던지며 "싸우겠다"고 선언을 했다.
 
 그해 8월 8일, 
 권력이 공권력까지 동원해 공영방송 사장을 해임하던 날
 그는 정말 사활을 걸고 맨 앞에 섰다. 
 그를 따르던 후배들은 그 뒤에 섰다.
 그런 그가 기어이 공영방송을 접수한 저들에게는 
 눈엣가시였나 보다.

 이병순 체제는 김 선배에게 '파면'을 내렸다.
 그건 그에 대한 징계라기 보다는 저항하는 기자들을 향한 메시지였다.
 "까불지 말라, 잠자코 있어라, 비겁해지거라."
 제작거부까지 한 끝에 결국 김 선배의 파면은 막았지만
 그건 사실 우리의 승리가 아니었다.

 '정직 3개월'선에서 우리가 타협하면서
 저들은 우리가 가진 결기의 강도를 확인했을 뿐이고
 결국 저들이 노리는대로 '비겁함'은 우리 안에 확산돼갔다. 
 
 난 그 때 우리가 끝내 이기지 못했기 때문에
 다시 김 선배를 이용한 '도발'이 가능했던 것이라고 본다.
 그 때 우리가 충분히 강함을 보여주지 못한 까닭에
 저들이 다시 김 선배를 통해 우리를 다스리려 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그래서 이후 전개될 싸움은
 새로운 싸움이 아니라,
 그 때 마저 하지 못한 싸움이 되어야 한다.
 어설프게 타협하거나 물러섰다간
 아예 기자의 영혼을 저당잡힐 수도 있음을 가정하고 결연하게 싸워야 할 일이다.

 김 선배가 마지막으로 하려고 했던 프로그램의 제목은 "해직자의 겨울"이다.
 귀양이나 다름없는 지역 발령을 받은 그의 겨울이
 모쪼록 따뜻했으면 좋겠다.

calvin.
Posted by the12th
떠듦2009. 12. 4. 14:32

 참담했다. '정족수의 과반 이상 찬성'이라는 까다로워진 파업 조건을 탓하기에는 너무나도 참담한 결과였다. 게다가 1000명이 넘는 파업 반대 의견의 존재는, 행여 그것이 '조직적 투표' 행위에 의한 것이라 하더라도 암울하고 치욕스러운 것이었다. 파업 부결 소식에 머리가 진공상태가 되더니, 아무 생각도 할 수가 없고, 그저 가슴 깊은 곳에서 울분만 치솟았다. 소리내 울고 싶었다.

 여러가지 해석이 진행 중이다. '최악의 이병순을 경험한 효과', '수신료 현실화에 대한 기대감', '그를 내몬 뒤 올 더 나쁜 사장 후보자', '강동구 노조가 주도하는 투쟁에 대한 불신'... 어떤 것은 그래도 일견 타당한 듯 보이거나, 그 모든 것이 앞에 내세울만한 변명거리가 될 수 있을지 모른다. 그런 말들로 분노한 시청자들을 달래고, 우리 자신들이 내린 결정에 나름대로 정당성을 부여하며 자기 위안을 할 수 있다고 여길 수도 있겠다.

 그렇지만 사실은 거짓말이다. 잘 봐줘 봐야 비겁한 핑계다. 그게 거짓말이라는 것을 모르지 않을만큼 머리들이 나쁘지도 않고, 정상적 판단을 내리지 못할만큼 시간이 부족하지도 않았다. 파업 투표를 벌였던 그 긴긴 기간동안, 무엇이 자신들과 이 공장이 살 길이라는 고민을 한 게 아니라, 그저 시청자와 자신을 기만하기 위한 핑계거리를 찾고 있었을 뿐이다.
 
 우리는 스스로 돼지이기를 자처한거다. 힘없는 자들을 대신해 권력과 싸우는 언론인이기를 포기하고, 권력을 숭상하고 제 배때기만 부르면 그만인 돼지가 되는 편을 선택한 것이다. 공장 곳곳에 살찐 돼지들의 오물 냄새가 진동을 한다.

calvin. 
Posted by the12t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