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에 해당되는 글 29건

  1. 2010.07.13 초대장 2
  2. 2010.07.07 그의 마이크 6
  3. 2010.07.02 파업 중 4
토막2010. 7. 13. 13:25

 새노조의 파업은 유쾌하고 재미가 있다.
 집회는 위트 넘치는 PD들이 만드는 프로그램으로 박장대소가 끊이지 않는다.
 우리를 감시하기 위해 주위에 포진된 청경들까지도 어느새 즐기고 있다. ㅋ
 우리끼리만 보고 즐거워하기가 미안할 정도...

 그래서 마련된 자리다.
 지난 7일에 벌어졌던 '시민들과 함께하는 KBS 개념 탑재의 밤'에 이어,
 두 번 째 밤의 자리가 준비 중이다.
 15일(목) 저녁 7시, KBS 본관 앞이다.
 시간이 되시면 찾아와 힘을 보태 주시라.
 집회 뒤 시원한 맥주로 목도 함께 축이고 돌아가시라.

p.s.
 출연진도 화려하다.
 KBS 소속은 아니지만, 조PD 왕림하신다.
 언니네이발관은 무려 3곡이나 부른다.
 홍대 3대 여신 가운데 한 명이라는 타루도 납시신다.
 이밖에 KBS 라디오PD들로 구성된 '파업 장기화와 몰골들'의 두 번째 공연,
 사내 여성 아이돌로 구성된 '개념시대'의 화려한 무대,
 '박대기와 발바닥들'의 군무도 계속된다.
  <추적6분>과 <파업뉴스> 등 알찬 프로그램도 제작 방송 된다.
재밌게찌? 보고싶어 죽겠찌?? ㅋ


calvin.
Posted by the12th
카툰토피아2010. 7. 7. 23:01


 나보다 한 해 뒤에 공장에 들어왔지만, 그는 여러모로 배울만한 친구다.
 조직 문화에 절어 눈치 보기에 급급한 이 공장 분위기와 다르게
 그는 제 할 말을 하는 데 거리낌이란 게 없다. 
 스스로 옳다고 믿는 것에 대해선 행동으로 나서는 데 역시 주저함이 없다.  

 주장이 선명하고 읽는 맛이 있는 그의 홈페이지는 내가 (그나마) 자주 찾는 개인 홈페이지 가운데 하나다.
 기자로서도 그는 명민하고 일 잘하는 친구라는 평을 받아 왔다.

 그런 그였지만, 마이크를 놓은 지 2년째다.  
 내근 부서로 편집부에서 1년을 보낸 뒤, 다시 취재부서로 나와야 했을 때
 본인의 강력한 희망과 의지에도 불구하고 재차 편집부에 주저앉혀졌다.
 그의 까칠한 성정을 불편하게 생각한 취재부서의 꼰대들이 아무도 안 받았다는 게 그 이유다.
 문제는 앞으로도 이 체제 하에선, 그가 취재 일선에 나올 수 있을지 기약할 수 없다는 데 있다.
 
 불투명한 전망 때문인지, 공장의 돌아가는 꼬라지에 대한 환멸 때문인지,
 그는 부쩍 자신의 미래에 대해 염세적인 반응을 보인다.
 나는 그의 재능이 한창 꽃피워야 할 중요한 시기를 내근 부서에서 보내고 마는 것이
 그에게도 손실이고 회사로서도 손실이라고 생각한다.
 좋은 시절이 언젠가는(!) 오기야 하겠지만, 그에게 너무 늦어버릴까 걱정이다.

 마이크를 빼앗기고, 대신 양심의 촛불을 든 그의 모습을,
 그냥 뜬금없이 그려보았다.
 그에게 작은 웃음이라도 주고 싶었던 의도였겠으나,
 너무 "새카만 토인"처럼 나오는 통에 당사자로부터는 면박만 들었다. ^^;;
 참 주책맞게도, 당사자야 어떻게 여기던, 나로선 모처럼 마음에 쏙 드는 그림이 나온 편인데,
 사진 없이 인상에만 기대어 그려댄 통에 구체적인 생김보다는 
 이미지가 내 의도에 부합됐기 때문이다.

 그림의 주인공이 이 캐리커처의 품질에 대해 정색을 하고 고개를 가로 젓는다면,
 뭐, 그냥 '내 머릿속의 재석'이라고 해 두자. 

(포토샵 CS2에서 와콤 타블렛 인튜어스3로 선 작업 및 채색.)

calvin.
Posted by the12th
얄라리얄라2010. 7. 2. 22:17


 그동안 우리의 파업은 지리멸렬했다. 조합 간부들은 집회장에서 목에 핏대나 세웠지, 파업의 내실을 다질 생각은 안 했다. 파업은 하는둥 마는둥 했다. 그냥 적당한 시늉에 불과했다. 집행부는 언제나 사흘 정도 뒤에 파업을 접을 생각에 급급했다. 조합원들의 적극적인 파업 유지 의견도 묵살한 채 밀실에서의 '비대위'를 열어 파업을 종결했다. 아무것도 얻는 것 없이, 보여주기 위한 형식적인 파업. 그게 내가 이 공장에서 겪은 파업이었다.

 '언론노조'이기를 스스로 포기하고 '공기업노조'가 되어 버린 조합으로부터, '배부른 돼지'가 되어선 안 되겠다고 생각한 사람들이 새노조를 만들었다. 기존 노조는 조합을 분열시킨 행위라며 마뜩찮아 했지만, 그건 '언론노조'이기를 포기한 그들을 대신해 KBS에 '언론노조'를 다시금 일으켜 세우는 일이었다. 

 구 노조가 이미 잘 컨트롤 되어 갖고 놀기 쉬웠던 사장실의 김특보에게 새 노조가 눈엣 가시인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회사는 새 노조와의 교섭에 잘 응하지 않는 방법으로 새 노조를 인정하고 싶지 않아 했다. 새 노조를 인정해야 한다는 법원의 판결에도, 사장실의 김특보는 비열하게도 노조 위원장과 급이 안 맞는 일개 국장을 협상 테이블에 대신 앉히고는 22차례의 교섭 과정을 불성실하게 흘려보냈다. 그리고 교섭은 중앙노동위원회의 조정에도 불구하고 최종 결렬되었다.

 사장실의 김특보는 "사규대로 처리한다"며 으름장을 놓고 있다. 사규는 네 편일지 모르겠으나, 법은 우리 편이다. 법은 우리의 파업에 '합법' 인증을 해 주었다. 대신 우리의 파업 활동을 청원경찰을 동원해 훼방하는 사장실의 김특보 행태야 말로, 법을 따르자면, 명백히 불법이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해 보는 파업다운 파업이다. 그간 대한민국 노동조합들에 들씌워졌던 '불법' 이미지에 조금도 거리낄 일 없는 순도 100%의 '합법 파업'이다. 대의와 명분, 정의와 정당성이 충만한 자랑스러운 파업이다. 그러니 걱정하실 일이 없다. 자랑스럽게, 훌륭히, 잘 싸워서 마침내 이겨 돌아올 일만 남았다.

calvin.

Posted by the12t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