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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1.05.17 블랙박스 스위치 DIY 5
  2. 2011.04.23 치과
  3. 2010.07.02 파업 중 4
얄라리얄라2011. 5. 17. 13:23
 자동차는 '이동수단'이고 까짓거 좀 긁혀도 그게 외려 당연한 것이고, 차를 꾸민다든가 요란하게 치장하는 게 좀 지나치다고 여겨왔으며, 순정 그대로의 순정이 무엇보다도 좋은 것이라고 여겼던 내가, 생각을 달리 하게 됐다. 생각만 달리 한게 아니라, 행동도 아예 달리 하게 됐다. 자동차 DIY에 맛을 들여 버린 것이다.

 시작은 블루투스 카 오디오를 구해 달면서 시작됐다. 원래 있던 카오디오는 CD와 테이프 데크가 있는 구형 카오디오였다. AUX 단자도 없어서 치렁치렁한 카팩 줄을 감내해 가며 아쉬운대로(!) 플레이어 이어폰 단자에 연결해 사용해 왔다. 우연한 기회에 2010년형 순정 블루투스 카오디오를 영입해 올 수 있었다. 중고 판매자는 친절하게도 매매 현장에서 카오디오를 직접 교체해 주기까지 했는데, 센터페시아를 탈거하는 걸 보고 있자니, 그닥 어렵게 느껴지지 않았던 것이다.


 블루투스 오디오였다. AUX를 사용할 수 있다는 점도 반가웠지만, 블루투스로 무선으로 연결해 mp3 파일을 들을 수 있다는 점이 만족스러웠다. 하지만, 문제가 하나 있었다. 블루투스 기능 중의 기능인, 핸드폰 블루투스 핸즈프리 기능을 사용할 수 없다는 점이었다. 



 윈스톰에는 기본으로 유선 핸즈프리 킷이 있긴 하다. 2.5파이 단자를 연결하면 핸들 리모컨으로 전화를 걸고 받고 운전석 앞 스피커를 통해 통화가 가능해 유용한 편의 기능이다. 그런데, 핸드폰의 핸즈프리 단자가 18극 따위로 바뀌면서 유선 핸즈프리를 쓸 수가 없었다. 난 핸드폰의 블루투스 기능을 이용한 핸즈프리를 연구하다, 플랜트로닉스의 Pulsar260으로 유선 핸즈프리를 블루투스 핸즈프리로 사용 가능하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블루투스 장비인 Pulsar260을 유선핸즈프리 킷에 연결하고, 핸드폰을 블루투스를 이용해 이 장비와 연결하면 되는 구조다. 하지만 2차례 연결을 한 때문인지, 음질은 썩 좋지 않았다. 핸즈프리로 전화를 걸 땐 소리를 질러대야 했고 수시로 끊기기도 일쑤였다.

 블루투스 오디오가 마련됐으니, 핸즈프리도 블루투스로 이용 가능한 줄 알았다. 아니, 사실은 가능해야 했다. 이 블루투스 카오디오에는 핸즈프리 기능도 있으니 말이다. 하지만 그러자면 추가 배선이 필요했다. 난 윈스톰 오너들이 모여 있는 카페에서 방법을 찾았다. 아니나 다를까, 이미 앞서 나와 같은 고민을 하고 이를 해결한 사람이 있었다. 그가 남겨놓은 꼼꼼하고 세심한 지침대로 유선핸즈프리킷의 라인을 따서 카오디오에  연결을 했다. 내 첫 DIY였고, 블루투스 핸즈프리 기능은 완벽히 완성됐다. 


 큰 고민을 덜자 작은 고민이 하나 더 생겼다. 유선핸즈프리 킷이 쓸모가 없어진 것이다. 앞서 내게 지침을 줬던 카페 회원도 여기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를 마지막 화두로 남긴 참이었다. 이 쓸모없어진 공간을 어떻게 할 것인가, 고민이 시작됐다....

 그러다 생각했다. 블랙박스 전원 스위치를 달자! 난 블랙박스를 주차시에도 작동할 수 있도록 상시 전원에 연결해 뒀더랬다. 상시전원 장치에는 배터리가 일정 전압 이하로 떨어질 경우 자동으로 전원을 차단시켜 배터리 방전을 막아주는 기능이 있다.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장기 주차를 할 경우엔 배터리 방전의 위험이 있다고 하고, 그럴 경우엔 상시전원 장치의 스위치를 꺼 두는 것으로 방전을 방지해 오곤 했다. 문제는 그 스위치 위치가 보조석 아래 구석진 자리에 있다 보니 불편하더라는 것이었다. 게으름은 발명의 어머니라고 했던가? 쩝. 어쨌든 그런 이유로, 난 쓸모없어진 유선핸즈프리 자리에 스위치를 배선해 달 생각을 하게 됐다. 



 생각은 간단했다. 스위치를 누르면 블랙박스가 시동 전원과 관계없이 녹화 기능을 작동하고, 스위치를 끄면 녹화 블랙박스의 전원이 차단되는 구조였다. 생각만큼 쉽게 될 일이냐가 문제였지. 윈스톰 동호회 카페에서 앞서 이런 작업을 한 사례가 있는지 뒤졌다. 똑 떨어지는 작업은 없었다. 다른 동호회까지 뒤지고 돌아다녔다. 그러다 아예 이런 시공을 해주는 업체도 발견했다. 하지만 거리가 멀고 공임비도 공임비였지만, 내가 원하는 모양대로 해줄지도 의문이었다. 난 스스로 하기로 마음을 굳히고 학습을 더 했다. 알 수 없는 건 카페에 있는 DIY 고수들에게 물어보며 D-day를 잡아 나갔다.


 부위가 부위니만큼 적당한 스위치를 찾아야 했다. 인터넷 쇼핑몰에서 원형 스위치를 찾았다. 유선핸즈프리 자리는 지름이 30파이 정도. 하지만 대부분의 스위치는 크기가 작았다. 가장 큰 스위치를 찾아 보니 이 녀석이 걸렸다. 25파이짜리에 LED조명도 들어온단다. 블루 계열 빛을 좋아하지만, 차량의 순정 인테리어를 훼손하지 않기 위해 차량 조명과 같은 그린 LED로 구입해 들였다. 


 이런 스위치를 만져 보는 거, 나로선 이번이 처음이었다. 그런데 배송돼 온 상자에는 스위치만 덜렁 들어가 있고 어떻게 배선해야 하는지 쪽지 한 장 들어 있지 않았다. 다시 동호회에서 관련 정보를 뒤지고, 차를 뜯기 전에 배선에 대해 연구하고 직접 연결까지 해 본 결과, 단자들의 기능을 알아내고 말았다. 



 이 작업을 하며 뭔들 처음이 아니겠냐만, 콘솔 박스 역시 처음 뜯는 일이었다. 인터넷 서핑으로 겨우겨우 정비 책자에서 콘솔박스 부분을 스캔한 jpg 파일을 발견해내 할 수 있었다. 나사를 풀고, 나머지는 힘으로 뜯으면 되는 일이었다.


 이 DIY의 최대 난관은 유선 핸즈프리 부분을 떼어다 적당 크기의 구멍을 내는 것. 핸즈프리 배선을 위해 돌출돼 있는 커넥팅 부위를 과감히 뽀사 버리고, 외장 부분만 남겨 놓은 뒤, 원을 그리고 칼로 파냈다. 정말 말 그대로 '한 땀 한 땀' 장인의 정신을 깃들여 보기드문 집중력으로 파 냈다. 두어 번, 집중력을 잃어 칼이 엇나가기도 했지만, 큰 상처 없이 원형으로 파내는 데 성공했다. 끝까지 팔 필요는 없었다. 어느정도 홈이 생긴 뒤에는 롱노우즈로 그냥 떼면 됐으니.


 계획대로 배선. 전기케이블이 없어서 카오디오 작업하고 남아있던 오디오케이블을 썼는데, 같은 구리선이라 그런지 문제 없이 됐다. 처음 배선 때 LED가 들어오지 않아서 좀 헤맸으나 이내 제자리를 잘 잡아 냈다. 


 스위치를 제 위치에 끼워 넣고 재조립 작업에 착수했다. 근데 문제가 발생. 핸즈프리 킷 뒷부분을 모두 없애버리는 통에 외장 부분이 너무 깊이 들어가게 되는 거다. 급히 집에 남아 있던 클레이 찰흙을 가져다 빈 부분을 메워 높이를 맞췄다. 클레이는 모양을 자유자재로 바꿀 수 있는데다 일정 시간이 지나면 굳기도 해 이런 작업에 안성맞춤이다.

 그리고, 조립은 분해의 역순.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이질감 없이 순정틱하게 조립이 돼 만족스러웠다. 마치 원래 그 자리에 있었던 것인냥, 순정처럼 자리 잡았다. 작동도 내가 의도했던대로 잘 됐다. 비록 콘솔박스 군데군데 상처가 좀 나고 손가락에는 물집이 잡혔지만, 예쁘고 편하고 좋다.   

 


눌러 켜면, 초록 빛이 예쁘게 들어온다. ㅋㅋㅋㅋ  

 


 지금까지 블루투스 핸즈프리, 백미러 락폴딩, 오토크루즈, 그리고 이번 블랙박스 스위치 DIY를 마쳤다. DIY는 중독이고, DIY의 끝은 순정이라고 했던가...? 그래서 스스로 DIY의 원칙 세 가지를 정했는데, 1. 순정 상태를 훼손하지 않는다. 2. 편의성과 기능에 한해서만 한다. 3. 요란하게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지금까지는 이 원칙에 충실했고, 앞으로도 이 원칙을 지킬 것이다. 그러니, 이제, 풍절음 줄여주는 웨더스트립 작업만 하면, 끝날 듯... ;;;

 

calvin.

Posted by the12th
얄라리얄라2011. 4. 23. 22:23

 
 치과를 좋아하는 어린이가 어디 있겠냐만, 난 어렸을 때 치과를 참 집요하게 피해 다녔다. 누나가 젖니를 뺄 때 울부짖었던 걸 목격한 나는 정작 내 이가 흔들리기 시작하자, 아무도 모르게 하다 혼자 조금씩 흔들어 뽑곤 했다. 내 젖니는 모두 이렇게 스스로 뽑혔다. 

 다른 고통은 잘 참지 못해도 이가 아픈 것은 곧잘 잘 참는 편이어서 충치가 썩어들어가는 동안에도 아픈 내색을 하지 않았다. 덕분에 치과 한 번 가지 않을 수 있었고, 때문에 치아는 남아나질 않아 영구치마저 조기에 상하고 말았다.

 치아를 아무렇게나 방치했으니 치열도 고를 리가 없었다. 원래부터 내겐 윗니와 아랫니의 열이 딱 맞아 떨어지는 부정교합이 있었는데, 여기에 어렸을 때 두어번 턱과 치아에 강한 충격을 받은 이후로 치열은 점점 어긋나고 있었다. 아랫니가 앞으로 나오더니 오른쪽으로 진행을 했다. 주걱턱이 되어 가자 중학교 때 비로소 치과를 가게 됐다. 석고틀로 만든 교정기를 끼워보는 게 전부였지만 정말 가기 싫었다. 다행인지 (이제 생각해 보니) 불행인지 모르겠지만, 치과 의사도 고무줄처럼 늘어났다 줄어들곤 하는 내 치아를 어떻게 손 봐야 할지 몰라 했다. 결국 첫번 째 교정은 실패로 돌아갔다.

 시간이 지나면서 턱이 점점 비뚤어지게 되자 또다시 치과를 가게 됐다. 이번엔 종합병원이었다. 얼굴 뼈의 엑스레이와 사진을 찍고나서  양쪽 턱디스크가 모두 빠진 악관절 장애라는 진단을 받았다. 양악 수술을 위한 준비를 해야 했지만 1년 넘는 시간과 2천 만원이 넘는 돈이 들어간다는 데에 저어하게 됐다. 취업 준비를 앞둔 시점이었는데, 시간과 돈 모두 내게는 감당하기 어려운 부담이었다. 

 회사에 들어온 뒤에도 턱의 우향은 진행됐다. 방송에 얼굴을 내밀어야 하고 더구나 좋은 발음으로 말 해야 하는 직업이다 보니 악관절 문제는 계속 발목을 잡았다. 내근 부서에 들어갔을 때 다시 다른 종합 병원엘 갔다. 한 번 미룬 댓가로 들어가게 되는 경비와 시간은 더 늘어났다. 그러다보니 또 저어하게 됐다. 미루면 안 되는 줄 알면서도 현업과 치료를 동시에 유지하기가 버겁다 여겨졌다. 수술 준비 단계로 교정을 위해 고무마킹을 치아 틈에 끼웠는데, 그게 또 치아가 깨질 듯 너무 아팠다. 고무마킹을 그냥 빼내 버리고는, 아프게 되지 않는 이상 그냥 생긴대로 살겠다고 마음 먹었다.   

 그렇게 미룬 채 결혼을 했고, 이번엔 부모님이 아니라 반려자가 성화를 댔다. 양악 수술에 대한 부담감을 토로하자 반려자는 수소문을 해 수술 없이 악관절을 교정해주는 치과를 찾아냈다. 척추 자세 교정과 치아 교정을 동시에 진행하는 독특한 컨셉이었다. 요컨대, 전체적인 자세 교정을 통해 몸의 균형을 찾는 방법으로 치아 교정도 이끈다는 것이었다. 돈과 시간의 총합은 수술하는 것에 못지 않았지만, 칼을 대지 않는 치료법이 마음에 들었다. 그래서 본격적인 교정을 시작했다.  

 교정만이라고는 하지만, 각종 '시공'이 없는 것은 아니다. 멀쩡한 생니와도 다름없는 사랑니를 발치해야 했고, 치열을 잡아주기 전 치아 위치를 다잡기 위해 사랑니 자리에 임플란트를 박고 고무줄을 연결했다. 따끔한 마취 주사와 얼얼한 신경, 그리고 서늘한 각종 기구들이 닿는 느낌은, 내가 치과를 지지리도 싫어라 하게 했던 바로 그 느낌들이다.
 
 피하고 미룬 끝에 돈은 돈대로 많이 들고 결국 치료는 치료대로 몰아서 받게 됐다. 치과에 대한 이런 교훈은, 사실 알고도 놓치고는 뒤늦게 되새기게 되는 새삼스러운 얘기이긴 하다.
 
calvin. 
Posted by the12th
얄라리얄라2010. 7. 2. 22:17


 그동안 우리의 파업은 지리멸렬했다. 조합 간부들은 집회장에서 목에 핏대나 세웠지, 파업의 내실을 다질 생각은 안 했다. 파업은 하는둥 마는둥 했다. 그냥 적당한 시늉에 불과했다. 집행부는 언제나 사흘 정도 뒤에 파업을 접을 생각에 급급했다. 조합원들의 적극적인 파업 유지 의견도 묵살한 채 밀실에서의 '비대위'를 열어 파업을 종결했다. 아무것도 얻는 것 없이, 보여주기 위한 형식적인 파업. 그게 내가 이 공장에서 겪은 파업이었다.

 '언론노조'이기를 스스로 포기하고 '공기업노조'가 되어 버린 조합으로부터, '배부른 돼지'가 되어선 안 되겠다고 생각한 사람들이 새노조를 만들었다. 기존 노조는 조합을 분열시킨 행위라며 마뜩찮아 했지만, 그건 '언론노조'이기를 포기한 그들을 대신해 KBS에 '언론노조'를 다시금 일으켜 세우는 일이었다. 

 구 노조가 이미 잘 컨트롤 되어 갖고 놀기 쉬웠던 사장실의 김특보에게 새 노조가 눈엣 가시인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회사는 새 노조와의 교섭에 잘 응하지 않는 방법으로 새 노조를 인정하고 싶지 않아 했다. 새 노조를 인정해야 한다는 법원의 판결에도, 사장실의 김특보는 비열하게도 노조 위원장과 급이 안 맞는 일개 국장을 협상 테이블에 대신 앉히고는 22차례의 교섭 과정을 불성실하게 흘려보냈다. 그리고 교섭은 중앙노동위원회의 조정에도 불구하고 최종 결렬되었다.

 사장실의 김특보는 "사규대로 처리한다"며 으름장을 놓고 있다. 사규는 네 편일지 모르겠으나, 법은 우리 편이다. 법은 우리의 파업에 '합법' 인증을 해 주었다. 대신 우리의 파업 활동을 청원경찰을 동원해 훼방하는 사장실의 김특보 행태야 말로, 법을 따르자면, 명백히 불법이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해 보는 파업다운 파업이다. 그간 대한민국 노동조합들에 들씌워졌던 '불법' 이미지에 조금도 거리낄 일 없는 순도 100%의 '합법 파업'이다. 대의와 명분, 정의와 정당성이 충만한 자랑스러운 파업이다. 그러니 걱정하실 일이 없다. 자랑스럽게, 훌륭히, 잘 싸워서 마침내 이겨 돌아올 일만 남았다.

calvin.

Posted by the12t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