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에 해당되는 글 26건

  1. 2009.02.17 기적의 승부사? 4
  2. 2009.02.12 기라드 6
  3. 2008.04.12 박지성 정신 4
토막2009. 2. 17. 20:50

 아브라모비치로서는 최선의 선택이었다. 호주 대표팀과 러시아 대표팀에서 히딩크가 보여준 능력은, 개별적으로는 뛰어나지만 모아놓으면 모래알이 되는 팀 선수들을 하나로 엮어내는 것이었다. 방황하는 첼시 선수단에 결속력을 가져올 수 있는 지도자는, 떠난 무리뉴와 라이벌팀 붙박이 퍼거슨 정도를 제외하면, 딱히 찾아볼 수 없는 게 사실이다. 게다가 히딩크는 그 탁월한 리더십으로 한국과 호주, 러시아, 그리고 PSV아인트호벤에게 기적과 같은 큰 선물을 안긴 자타공인 '마법사'이지 않은가?

 그래서 '히딩크의 첼시'가 두렵냐고? 2002년 이후 그의 얼굴만 보면 따뜻한 미소가 번지는 한국인이자 맨체스터유나이티드를 응원하는 입장에서, 그가 돈 냄새 나는 파란 사자 문양 유니폼을 입고 있는 것을 바라보는 것은 당혹스러운 일이다. 그렇지만 솔직히 말하면, 그렇게 두렵진 않다.

 물론, 히딩크의 지도력은 미신이 아니다. 이미 수차례 검증된 것이다. 축구라는 스포츠도 어차피 어느 정도 심리적 요인이 작용한다는 점을 생각하면, 그게 설사 근거 없는 미신이라 하더라도 효과를 부정할 것은 아니다. 벌써부터 시기와 갈등으로 스스로를 갉아먹던 첼시 선수단이 그의 영입을 기점으로 결속하기 시작했다는 소식이 들리는 걸 보면, 일단 보이지 않는 '히딩크 효과'는 상당히 발휘될 것이 분명하다.

 그렇지만 히딩크의 검증된 지도력에는 화려한 빛만 있는 것이 아니다. 지독한 '4강 팔자'가 대표적이다. 그가 일군 최고의 성과는 88년 PSV아인트호벤과 이룬 유러피언컵 우승이었을 뿐, 그 외 소위 '기적'으로 불리는 성과들은 죄다 4등짜리였다. 네덜란드의 월드컵 4강, 한국 월드컵 4강, 호주 월드컵 16강, 러시아 유로 4강, PSV아인트호벤 챔피언스리그 4강. 어차피 첼시의 이번 시즌 리그에서의 목표가 다음 시즌 챔피언스리그 티켓이라면 히딩크만큼 탁월한 선택은 없는 것일테지만.

 그의 뛰어난 성취들이 모두 약팀을 조련해 일군 것이라는 점도 알아둬야 한다. 히딩크는 지금의 첼시와 비견될만큼 빅클럽이었던 레알 마드리드 감독 자리에서 성적 부진으로 경질된 적도 있었다. 이어진 레알 베티스에서의 감독 경력 역시 우울하게 끝난 것을 보면, 클럽에서의 성적은 PSV아인트호벤을 제외하고는 보여준 게 없다. 첼시에서의 성공은 장담할 수 없다.

 아브라모비치가 그에게 무엇을 기대하고 있을지 모르겠지만, 만일 이미 리그 우승의 기대를 접었다면 히딩크는 아주 괜찮은 선택이 될 수 있다. 국제 대회와 같은 토너먼트에서 승부사의 면모를 보여준 점을 생각해 보면 챔피언스리그에서 소기의 성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다. '4강 팔자'가 다시 발휘된다면, 지금의 리그 4위만큼은 굳힐 수 있을 것이다. 그 정도만으로 짧은 첼시 감독 생활을 마무리 한다면 히딩크에게나 지금의 첼시에게나 윈윈이 될 수 있지 않겠나.

 당연히 맨체스터유나이티드의 리그 3연패에, 히딩크는 변수 요인이 되지 못 할 것이다.

calvin.
Posted by the12th
얼굴2009. 2. 12. 18:10

 세뇰 귀네슈 감독은 이름값으로 선수단을 구성하지 않았다. 히딩크가 그랬듯 귀네슈 역시 이방인이었던 까닭에 학연 지연, 지명도 따위를 무시한 채 철저히 실력 위주로 자신의 FC서울을 만들어 나갔다. 전훈 기간을 통해 될성부른 선수들을 발견해 냈고, 시즌이 시작되자 곧바로 중용하기 시작했다. 그의 첫 시즌 초반 돌풍의 배경이었다.  

 '귀네슈의 아이들' 가운데 가장 먼저 눈에 띄었던 것은, 오른쪽에서 화려한 돌파를 자랑했던 이청용이었다. 다른 선수들은 가능성이 엿보일 뿐 인상적이지 못한 것으로 평가받았다. 기성용을 그 가운데서 돋보이게 드러냈던 것은 맨체스터유나이티드의 퍼거슨 감독이었다. 친선 경기 뒤, 대체로 졸전을 펼친 FC서울 선수들 가운데 유일하게 기성용에 대해서 관심을 보였다는 후문이 전해진 것이다. 퍼거슨의 눈도장을 받았다는 사실은, 그에게 길죽한 체격 조건 외에 무언가 있다는 것으로 인식하게 했다. 

 그가 대중의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 것은 '실패한 혁명'으로 기억되는 2007년 20세 이하 청소년 월드컵 대회였다. 그 대회에서 그는 수비수로 참가해 인상적이었던 길고 정확한 패스로 '기택배'라는 별명을 얻었다. 난 그 별명이 참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다. 패스 센스만큼은 정말 일품이었다.  

 지난 시즌 기성용은 새로운 별명을 받았다. '기라드'. 수비형 미드필더에서 공격형 미드필더로 변신한 그는 자신의 공격 본능을 서서히 드러내더니 산뜻한 패스 센스와 더불어 위력적인 킥을 선보이기까지 한 것이다. 

 이제 그를 보면 막 설레이기까지 한다. 솜털이 채 가시지 않은 곱상한 외모 때문인가? ㅋ 이란 전에서 보여준 수차례의 날카로운 슈팅도 마음을 설레이게 했지만, 지금껏 그가 보여준 것보다 앞으로 보여줄 게 더 많아서이기 때문일지 모른다. 기라드가 지금은 제라드를 끌어들인 기성용의 별명이지만, 언젠가 기성용을 끌어들인 제라드의 별명이 될 날을 꿈꿔 본다.

calvin.
Posted by the12th
얼굴2008. 4. 12. 0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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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지성은 신체의 핸디캡을 극복했다.
 왜소한 체격과 평발이라는 한계를 그는 부단한 노력으로 넘어서고 말았다.

 박지성은 한국 사회의 편견을 이겨냈다.
 엘리트 코스 따위 밟아보지 못했고, 잘 나가는 학벌도 아니었지만 이젠 한국 최고의 선수다.

 박지성은 시련도 정면 돌파했다.
 첫 유럽 무대인 네덜란드에서 홈 팬들의 야유까지 받았지만, 다음 시즌 그 야유를 환호로 바꿨다.

 박지성은 자신의 가치를 높이고 있다.
 팀에서 그는 결코 최고가 아니지만 자신만의 색깔로 어느새 팀에서 꼭 필요한 존재가 되고 있다.

 박지성은 이미 자신만의 정신을 만들어 온 삶의 궤적을 가지고 있다.
 그는 물론 아직도 진화 중이지만, 지금까지의 모습만으로도 어느새 존경스러울 정도다.

calvin.
Posted by the12th